[사설] 외려 논란 키우는 청와대의 아마추어리즘

입력 2019-03-27 04:03
대통령 외부 일정은 기밀사항이다. 일정이 기자들에게 사전 공지돼도 행사 시작 전까지 보도 유예가 원칙이다. 테러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대통령이 외부 일정을 소화할 때 청와대 경호처는 물론 군과 경찰의 다중 경호망이 펼쳐진다. 일반인들이 보기엔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할 정도로 촘촘하다. ‘친근한 경호, 열린 경호, 낮은 경호’를 내세운 문재인정부의 대통령 경호는 이전에 비해 느슨해졌다. 그렇다고 경호 원칙까지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구 칠성시장 방문 때 청와대 경호원이 기관단총을 노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에선 “경호수칙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청와대는 “이전 정권에서도 그랬다”는 입장이다. 외국에서는 사복 경호원이 노골적으로 기관단총을 드러낸 채 경호하는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다. 정상이 공격을 받을 경우 즉각 대응사격이 가능하도록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는 건 경호의 기본이다.

이런 관점에서 실수였다 하더라도 시민들이 운집한 시장에서 총기를 노출한 건 부적절했다고 볼 수 있으나 잘못된 경호로 보기는 어렵다. 경호원은 0.725초 만에 대응사격을 할 수 있는 자세를 항상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일종의 해프닝을 두고 “북한과 싸울 일 없다고 GP까지 파괴하는 정권이 우리 국민들에게 기관총을 들이대고 있다”고 청와대를 공격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사실 왜곡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경호원이 다중이용시설에서 세심하게 총기를 관리했다면 이런 불필요한 논란을 막을 수 있었다.

청와대 대응 또한 칭찬할 수가 없다. 일반인은 사복 경호원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다. 구분이 어려운 상황에서 총기를 보면 놀라는 건 당연하다. ‘경호수칙엔 어긋나지 않으나 앞으로 더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식으로 양해를 구했으면 국민들도 이해하고 넘어갔을 거다. 그런데 이명박·박근혜정부 때도 있었다며 청와대가 공개한 사진들이 외려 불을 지핀 꼴이 됐다. 그 속에는 군복 차림의 경호원이 기관총을 들고 경계를 서는 모습의 사진들도 있다. 억지춘향식 짜맞추기다. 청와대 대응이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니 논란이 잠잠해지기는커녕 더 커지기 일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