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이 큰 별로… 여자농구 ‘박지수 시대’ 활짝

입력 2019-03-25 23:10
여자농구 KB스타즈의 박지수가 25일 경기도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용인 삼성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맹활약하며 팀에 창단 첫 우승을 안겼다. 박지수는 타고난 신체조건에 노련미까지 갖추며 흠잡을데 없는 경기력으로 만장일치 MVP를 수상했으며 한국 여자농구에 자신의 시대가 열렸음을 알렸다. 박지수가 우승 후 MVP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뉴시스

2016년 10월 열린 여자프로농구(WKBL) 신입선수 선발회. 당시 청주 KB스타즈 안덕수 감독은 고교 최대어였던 박지수(21)를 뽑자 만세를 불렀다. 그리고 단상으로 올라가 큰절까지 올렸다. 결국 박지수는 올해 우리은행 ‘왕조’를 무너뜨리고 팀을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끈데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선 창단 첫 우승이라는 선물까지도 선사했다. 바야흐로 한국 여자농구에서 ‘박지수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KB는 25일 경기도 용인실내체육관에서 가진 용인 삼성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73대 64로 승리했다. 이로써 내리 3승을 거둔 KB는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감격을 맛봤다.

3차전도 박지수의 활약이 빛난 경기였다. 삼성생명은 박지수를 봉쇄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하지만 KB가 56-59 간발의 차이로 뒤진 4쿼터 6분 46초. 골밑에서 KB의 기둥 박지수를 막던 삼성생명 외국인 선수 티아나 하킨스가 5반칙 퇴장을 당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경기는 끝났다. 이후 KB는 박지수와 카일라 쏜튼이 상대 골밑을 맹폭하며 낙승을 거뒀다. 박지수는 이날 26점 13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작성했다. 챔피언결정전 3경기 모두 20득점 10리바운드 이상씩 더블더블을 올리며 팀 기둥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당연히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는 만장일치로 박지수에게 돌아갔다.

KB스타즈 선수 및 코칭스태프가 우승 감사 플래카드를 펼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고교 때부터 박지수는 여자농구에서 ‘보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키가 198.1㎝나 되지만 유연함까지 갖춘 박지수는 골밑에서 철옹성이다. 수준급 중거리슛과 패스 능력도 갖췄다. 데뷔 초에는 고교 때 혹사로 인한 부상으로 신음했고, 노련함이 약간 부족했지만 지난해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와 대표팀 등에서 경험까지 쌓으며 이를 완벽히 메웠다.

이에 올 시즌부터 박지수의 기량이 만개했다. 정규리그 역대 최연소 MVP 타이틀을 차지한데 이어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 MVP까지 거머쥐었다. 여자프로농구에서 통합 MVP를 차지한 선수는 박지수를 포함해 김영옥, 타미카 캐칭, 정선민, 임영희, 박혜진 등 총 6명뿐이다.

박지수는 최연소 국가대표에 이어 프로에선 최연소 트리플더블과 최연소 1000리바운드·100스틸, 최연소 MVP까지 도맡으며 한국 여자농구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박지수는 “전날 지난해에 챔피언결정전에서 지고 준우승할 때 내가 울던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봤다”며 “진짜 여기서 끝내야 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정규리그를 치를 때는 부족하다고 생각됐지만 이제는 아니다. 잘해야 될 때 (내 역할을 충분히) 잘 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내가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고 당차게 말했다.

그래도 박지수는 코트 바깥에선 수줍음 많은 21살 젊은 여성이었다 박지수는 챔프전이 끝나고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선 수줍은 미소를 띄며 “내가 좋아하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보러 가고 싶다”고 했다.

용인=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