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사건 수사방해 의혹… 곽상도·이중희도 수사 필요”

입력 2019-03-26 04:02
정한중 법무부 과거사위원회 위원장 대행이 25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과거사위 정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22일 밤 태국으로 출국을 시도한 데 대해 “전직 고위 검사가 조사에 협조는커녕 심야 0시 출국이라니, 국민을 뭘로 보고 그러셨느냐”고 경고했다. 오른쪽 사진은 문무일 검찰총장이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는 모습. 최종학 선임기자, 뉴시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가 25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범죄 의혹 사건’과 관련해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수사하라고 법무부에 권고했다. 김 전 차관에 대해서는 뇌물 혐의를 우선 수사하라고 주문했다.

과거사위의 이번 수사 권고는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의 ‘김학의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정조준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사위는 김 전 차관 임명 과정에서 두 사람이 경찰 수사를 방해하거나 사건실체를 왜곡한 혐의(직권남용)가 있다고 보고 있다. 김학배 당시 경찰청 수사국장 등 수사지휘라인을 부당하게 인사조치하거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김 전 차관의 ‘성접대 동영상’을 감정하는 과정에 개입하려 했다는 것이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3년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김 전 차관의 비위 의혹을 알고도 임명을 감행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수사권고 대상에서 빠졌다. 과거사위 관계자는 “조사단에서 의혹과 관련된 구체적 진술을 확보 못한 걸로 안다.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조사단)은 이날 과거사위에 수사 권고를 요청하면서 공소시효 문제를 일부 해소했다. 당초 김 전 차관에 대한 특수강간(공소시효 15년)이 아닌 나머지 혐의는 대부분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이 법무부 차관에 임명되던 2013년 당시 청와대의 외압 의혹에 대해 공소시효가 7년인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되면서 수사가 가능해졌다.

뇌물 혐의 역시 공소시효 적용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사건 발생 시기가 2006~2008년에 국한되면서 수뢰액이 1억원 넘을 경우(공소시효 15년)에만 수사가 가능했다. 하지만 진상조사 과정에서 사건 종료시점이 2005~2012년으로 늘어 뇌물수수 액수 3000만원 이상일 경우(공소시효 10년)에도 수사가 가능해졌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아직 구체적인 수사방식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먼저 고려되는 것은 특임검사제도다. 특임검사는 검찰총장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수사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하게 돼 있어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다. 다만 수사 대상이 현직검사의 범죄혐의에 국한된다는 한계가 있다. 김 전 차관과 과거 검찰 수뇌부 중 현직 검사가 아닌 경우는 수사 대상에 포함되기 어렵다.

수사 대상에 한계가 없는 특별검사제도로 의혹을 해소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문제는 특검후보추천위원회 7명 중 국회에서 4명(여·야당 각 2명)을 추천하게 돼 있다는 점이다. 여야간 합의가 없으면 실시가 어렵다.

현실적인 대안은 특별수사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 사건’처럼 검사장급 인사를 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팀을 꾸려 집중 수사하는 것이다. 수사 대상에 제약이 많지 않고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검찰의 ‘셀프 수사’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김 전 차관 측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뇌물수수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4일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를 보도한 JTBC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외압 의혹에 대해 “검찰에서 본격적으로 재수사나 진상규명 등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통해 확인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