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25일 열린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최 후보자의 부동산 보유 이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은 “다주택 투기 장관이 부동산 정책을 이끌 수 있는지 자격이 의심된다”며 부동산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최 후보자를 엄호하던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최 후보자는 연신 “송구스럽다”고 답했다.
최 후보자는 사실상 3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부인 명의로 서울 송파구(잠실)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고, 본인 명의로 세종시에 아파트 분양권을 갖고 있다. 23년간 보유하던 경기도 성남(분당)의 아파트는 청와대 인사검증 기간에 딸과 사위에게 증여했다. 현재는 임대차 계약을 맺어 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기 직전까지 3주택 보유자였던 셈이다.
야당 의원들은 다주택 보유 이력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분당 아파트는 1억5000만원에서 10억원이 됐고, 잠실 아파트는 3억1000만원에서 13억원으로 늘었다. 세종 펜트하우스는 5억원의 시세차익이 있다”며 “3채를 합하면 시세차익이 23억원”이라고 지적했다.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현 정부가 죄악시하는 일을 십수년 해 오신 분은 이 정부 장관 자격이 없다. 집값 폭등의 주범이 바로 최 후보자”라며 “팔려고 했는데 못 팔았다는, 속이 빤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면 국민이 열받는다”고 비판했다.
최 후보자는 “저도 다주택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처분할 기회를 놓쳤다”며 투기 목적이 아니라 실수요 목적의 매입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과거의 제 흠이 오히려 더 견고한 주택정책을 펼치는 밑거름이 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인사검증 기간에 아파트 1채를 딸과 사위에게 증여한 것을 두고 ‘꼼수 증여’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 후보자는 증여 경위에 대해 “어떻게 해서든지 다주택 상태를 면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가져 왔다”고 설명했지만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지자 결국 “급하게 다주택자를 면하려고 증여했다”고 밝혔다. 인사청문회에서 다주택 문제가 지적될 것이 우려돼 인사검증 때 처분했다는 얘기다. ‘딸과 사위에게 동시 증여한 것은 세금을 줄이려는 꼼수’라는 지적에는 “사위도 자식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부인 명의로 전세를 끼고 매입한 잠실 아파트에도 ‘갭 투자’ 의혹이 제기됐지만 최 후보자는 “실거주 목적이었다”고 반박했다.
최 후보자를 엄호하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최 후보자를 질책하기도 했다. 강훈식 의원은 증여에 대해 “평소 소신대로 (이전에) 처리했거나 청문회 이후에 처리하겠다고 했어야 한다”며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증여한 것은 납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청문회에서는 동남권 신공항을 놓고 지역 의원들 간 신경전도 벌어졌다. 경북 경주가 지역구인 김석기 한국당 의원은 “김해신공항 재검토는 총선을 겨냥한 것”이라고 비판했고, 부산 남을의 박재호 민주당 의원은 “김해신공항은 100% 정치적 결정이다. 합리적인 결정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최 후보자는 “검증 결과가 제시되면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부산·울산·경남이 꾸린 김해신공항검증단은 이달 말 검증 결과를 발표한다.
최 후보자는 박사학위 논문 자기표절 의혹에 대해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1987년 미얀마 해상에 추락한 대한항공 858기 재수색에 정부가 나설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