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왕세자 부부가 영국 왕실 인사 중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했다. 쿠바의 일당독재와 인권탄압 문제를 제기해 온 미국 보수진영은 왕세자 부부가 쿠바 방문을 취소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찰스 왕세자와 부인 카밀라 왕세자빈은 24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의 혁명광장에서 쿠바 독립영웅 호세 마르티 영정에 헌화하며 나흘간의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찰스 왕세자는 방문 기간 재즈그룹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스튜디오를 방문하고 미겔 디아스카넬 국가평의회 의장을 만날 예정이다.
찰스 왕세자는 미국 보수진영의 반발 속에 쿠바행을 강행했다. 릭 스콧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달 찰스 왕세자의 쿠바 방문 소식이 알려지자 “쿠바 정부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지지하는 데다가 수십년간 국민을 억압하고 있다”며 쿠바 방문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찰스 왕세자가 쿠바 반체제 인사들을 만나지 않기로 한 것도 논란이 됐다. 그는 과거 중국의 티베트 인권 탄압을 강도 높게 비판할 정도로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쿠바 인권문제에는 침묵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쿠바 출신 망명자들과 미국 보수진영의 비판을 받고 있다.
쿠바 전문가인 윌리엄 레오그란데 아메리카대 교수는 “주요 강대국의 고위급 인사가 쿠바에 방문하면 정통성이 부여되고, 미국이 쿠바에 적대적 행동을 했을 때 영국 같은 주요 동맹국들에도 외교적 비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암묵적 경고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도 영국과 쿠바를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는 전략을 취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정책 불일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찰스 왕세자 부부는 쿠바와 교역을 확장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타릭 마무드 아마드 영연방장관도 곧 쿠바를 방문해 왕세자 부부와 합류할 예정이다. 아마드 장관의 합류는 영국 정부가 왕세자 부부의 쿠바 방문을 계기로 쿠바와의 교역을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증거라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전했다. 찰스 왕세자 부부는 쿠바 방문에 앞서 세인트루시아, 바베이도스, 세인트빈센트 등 카리브해 연안의 영연방 국가를 방문해 외교사절 역할을 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