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전업’ 90년생 듀오, SK 불펜 더 강력해졌다

입력 2019-03-25 18:30
SK 와이번스의 하재훈(왼쪽 사진)과 강지광이 각각 23일과 2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KT 위즈와의 정규시즌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한 둘은 150㎞ 이상의 강속구로 KT 타자들을 돌려세우며 나란히 데뷔 첫 승을 기록했다. SK 제공

SK 와이번스의 우완 하재훈(29)과 강지광(29)은 나이 외에도 공통점이 있다. 둘은 프로 생활 대부분을 타자로 보낸 뒤 투수로 전향했으며 올 시즌 개막 2연전서 프로데뷔 첫 승을 올렸다.

SK는 23~2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2019 프로야구(KBO) 개막전 시리즈 두 경기를 모두 이겼다. 하재훈과 강지광은 각각 23일과 24일 마운드에 올라 KT 타선을 1이닝 무실점으로 막으며 승리를 챙겼다.

하재훈은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즈 등을 거쳐 일본 독립구단 도쿠시마에서 외야수로 뛰다 지난해 SK에 지명됐다. 야수로 드래프트에 참가했지만 그의 어깨를 눈여겨본 SK는 하재훈을 투수로 호명했다. 하재훈은 전지훈련에서 155㎞를 찍으며 기대에 부응했다.

하재훈의 국내 프로야구 데뷔는 예상보다 빨랐다. 개막전인 23일 4-4로 동점이던 7회초 에이스 김광현을 대신해 등판했다. 하재훈은 지난해 신인왕 강백호에게 초구부터 직구를 던져 헛스윙을 이끌어내더니 폭포수같은 커브로 삼진을 잡아냈다. 하재훈은 이후 최고구속 151㎞의 강속구로 멜 로하스와 유한준을 모두 뜬공으로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SK가 7회말 2득점하고 리드를 지켜내며 하재훈은 데뷔 첫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게 됐다.

강지광은 2009년 LG 트윈스에 투수로 입단한 뒤 타자로 전향했다. 그러다 2014년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로 이적해 1군에 데뷔했지만 부상으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하다 2018시즌을 앞두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SK로 향했다. LG 코치 시절부터 강지광을 지도하고 넥센에서도 인연을 이어간 염경엽 SK 감독이 단장 시절 그를 설득해 투수로 복귀시켰다.

지난해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낸 강지광은 올 시즌 개막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24일 2-3으로 뒤진 8회초 마운드에 섰다. 이날 강지광은 최고구속 153㎞의 강속구를 뿌리며 단 10구만에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았다. 심우준의 1루 땅볼 때는 침착하게 베이스커버에 들어가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SK가 8회말 대거 4득점하며 강지광은 데뷔 11년 만에 감격의 프로 첫 승을 올렸다.

안치용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25일 “강지광은 지난해보다 균형을 잡고 던지는 요령이 많이 생긴 것 같고, 하재훈은 이미 투수에 가까운 느낌이었다”고 칭찬했다. 이어 “두 투수 모두 1군에서 충분히 통할 구위를 가지고 있다. SK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중요한 상황에 나와 잘 막아냈다는 점에서 100점 이상의 점수를 주고 싶다”고 평가했다.

다만 심재학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권준헌(전 한화 이글스) 선배와 나는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하고 통증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며 “다른 투수들보다 신경 써서 보강 운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안 위원도 “강견을 믿고 강하게만 던지는 투구를 지양해야한다”고 전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