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대학 입시에 대학원생 동원, 成大 교수 ‘갑질’ 사실로

입력 2019-03-26 04:04
세종시 교육부 청사의 모습. 뉴시스

성균관대 교수가 자녀의 진학을 위해 대학원생을 논문 대필과 봉사활동에 동원한 사실이 교육부 조사로 확인됐다. 해당 교수의 딸은 대학원생들이 작성한 논문 실적을 내세워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뒤 서울대 치의학대학원에 들어가 의사 수업을 받고 있다.

이 일은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정기고사 문제를 빼돌려 자녀에게 건넨 ‘숙명여고 사태’ 못지않은 대입 불공정 사례다. 향후 대입 개편 과정에서 학생부 위주 전형의 힘을 빼고 대학수학능력시험 비중을 높이라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강력한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25일 ‘성균관대 교수 갑질 및 자녀 입학비리 관련 특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성균관대 A교수가 자녀 입시를 위해 동물실험, 논문 작성에 대학원생을 동원했다는 제보를 받아 지난 1월 28~30일, 2월 19~21일 조사를 진행했다.

A교수의 딸 B씨는 대학 재학 중이던 2016년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학부생 연구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됐다. A교수는 자신의 연구실 대학원생 3명에게 연구의 핵심인 동물실험을 대신하도록 지시했다. 대학원생들은 2016년 7~9월 동물실험을 진행했고 B씨는 연구실을 2~3차례 방문해 단순 참관했다. 그해 9월에는 캐나다로 교환학생을 가기도 했다.

B씨는 대학원생들이 작성한 연구과제 보고서로 대한면역학회 우수포스터상, 한국과학창의재단 우수연구과제상을 받았다. A교수는 연구과제 보고서를 바탕으로 대학원생들에게 논문 작성도 지시했다. B씨가 단독저자로 표기된 논문은 2017년 5월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지수(SCI)급 저널에 실렸다.

A교수는 딸을 위해 논문 데이터 조작도 서슴지 않았다. A교수는 동물실험 데이터가 연구 가설과 다르게 나오자 대학원생들에게 데이터를 조작하도록 했다. B씨는 이 논문을 자기소개서에 넣어 2018학년도 서울대 치의학대학원에 입학했다. 대학원 입학 당시 제출한 시각장애인 점자책 입력 봉사활동 54시간 실적도 대학원생이 대신 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A교수는 B씨가 고교생일 때도 대학원생을 동원해 딸의 대입 스펙을 만들었다. B씨는 고교 3학년이던 2013년 8월 한국교육개발원이 주관한 제4회 국제청소년학술대회에 참가했다. 당시 논문 발표를 위한 파워포인트 자료를 대학원생이 만들었다. B씨는 이 대회에서 우수청소년학자상을 받았고 2014년 대입 때 서울 주요 사립대의 ‘과학인재특별전형’에 제출해 합격했다.

교육부는 성균관대에 A교수의 파면을 요구했다. 서울대에는 관련 사실을 통보하고 학교 규정에 따라 조치토록 통보했다. 또 정부는 A교수를 업무방해 및 강요 혐의로, B씨는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A교수의 아들인 C씨가 대학원에 입학할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의혹도 수사의뢰했다. 교육부는 “A교수의 아들도 대학원 입학 과정에서 대학원생 조력행위 의혹이 있지만 관련자들의 비협조로 사실 확인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A교수의 행위는 교수 개인의 일탈로 넘어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대학에서 대학원까지 입시제도의 구멍이 확인된 케이스다. 대학과 교육부는 논문 실적 같은 대입 스펙의 경우 면접 과정에서 걸러질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특히 문재인정부의 고교학점제는 학생부 위주 전형과 맞닿은 제도다. A교수나 숙명여고 사건같은 불공정 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고교학점제 역시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것이란 지적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