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콜롬비아전을 앞둔 축구 대표팀이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 문제에 부딪혔다. 재능 있는 선수들이 각 포지션에 고루 퍼지지 못하고 쏠리면서 대표팀의 스쿼드가 불균형해진 것이다. 상대 골문 앞에서 득점을 매듭지어줄 스트라이커와 중원에서 경기를 조율할 수비형 미드필더 후보군은 모자란 반면,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줄 2선 자원은 풍부하다. 다양한 전술과 선수 간 조합을 시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1일 발표된 국가대표 명단 가운데 현재 남아 있는 정통 공격수는 황의조뿐이다. 지동원은 왼쪽 무릎 내 부종으로 25일 소집해제 됐다. 지난해 A매치에서 테스트를 받았던 석현준은 애초에 선발되지 않았다. 미드필더로 뽑힌 이승우와 나상호도 공격수로 뛸 수 있지만 무게감은 떨어진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22일 볼리비아전에서 주장인 손흥민을 처음으로 최전방에 기용하며 변화를 꾀했다. 부족한 공격 옵션을 늘리고 날카로움을 더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소속팀에서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빠져있을 때 원톱으로 나왔지만, 대표팀에서는 오랜만에 이 자리를 맡았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걸출한 스트라이커가 많지 않아 대안을 실험한 것 같다”며 “전술적 다양성을 늘려간다는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시도”라고 평가했다.
포스트 기성용을 찾는 과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볼을 배급하고 템포를 조절하며 전체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진 역할인 만큼 대체자가 마땅치 않다. 볼리비아전에서 해당 포지션을 소화한 주세종은 날카로운 패스를 뿌리며 벤투 감독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다만 강팀과의 경기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유망주인 백승호, 김정민 등을 테스트해볼 수도 있다.
반면 2선에는 누구도 확고하게 주전을 담보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능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1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권창훈부터 볼리비아를 상대로 득점한 이청용, 이재성, 황인범, 이승우 등 후보군이 차고 넘친다. 역대 일곱 번째로 어린 나이(18세 20일)에 태극마크를 단 스페인 프리메라리거 이강인도 “공격형 미드필더가 편하다”며 내부 경쟁에 가세했다.
결국 대표팀이 그간 추구해온 전술을 잘 이해하고 다른 팀원들과 좋은 호흡을 보이는 선수가 출전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 벤투 감독은 25일 “기존의 (플레이스타일) 형태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어린 선수를 넣을지, 베테랑을 투입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