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고의사고 입증 못하면 보험금 지급해야

입력 2019-03-25 20:00
보험사가 자살이 아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고의사고를 명백히 입증하지 못했다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사망한 A씨(당시 53세) 상속인이 B 생명보험사에 재해보험금 지급을 요청한 사건과 관련, 보험사가 A씨의 자살 여부를 명백히 입증하지 못했으니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8월 20일 경남 김해 자택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이로 인해 1급 장해 진단을 받은 A씨는 같은 해 치료 도중 사망했다. 앞서 A씨는 1996년 재해로 1급 장해 진단을 받을 경우 5000만원을 받는 보험에 가입했다. A씨 상속인은 보험사에 재해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지급을 거절했다. A씨가 정신과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고 의무기록지에도 자해·자살로 표기돼 있어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원회는 A씨가 사고 발생 20일 전 종합건강검진을 받고, 사고 전날에도 직장 동료와 평소처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점에 주목했다. 또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경찰 기록상 일산화탄소를 유발한 연소물이 A씨가 발견된 방과 구분된 다용도실에서 발견된 점도 고려했다. 아울러 연소물 종류도 번개탄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보험사가 이를 명백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이번 결정은 ‘보험사가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엄격한 입증 책임을 부담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그간 막연히 고의사고를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보험사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