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존슨처럼 쳤어요”… 고진영 대역전쇼

입력 2019-03-25 18:33 수정 2019-03-25 21:21
고진영이 2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 파이어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 대회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진영은 최종합계 22언더파 266타로 류위(중국) 등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AP뉴시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 파이어 골프클럽(파72·6656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 출전한 고진영(23)은 1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나섰지만 2라운드에 좋지 못했다. 한 타도 줄이지 못하며 중간합계 7언더파로 공동 22위까지 순위가 처졌다.

고진영은 조바심이 났지만 이윽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그리고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을 생각했다. 고진영은 “존슨은 안 좋은 샷이 나와도 화를 내지 않는다. 그저 클럽을 백에 넣고 걸어갈 뿐이다”라고 되뇌었다.

마음의 안정을 찾은 고진영은 이후 맹타를 휘둘렀다. 3~4라운드 노보기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25일 열린 마지막 라운드는 대역전극을 일궜다. AP통신에 따르면 고진영은 같이 라운드를 돈 재미교포 제니퍼 송에게 “어제와 오늘 존슨처럼 플레이를 했다. 나는 그저 기쁨도 슬픔도 없이 오로지 경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런 평정심은 마침내 정상 정복을 일궈냈다.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4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고진영은 2, 3번홀 연속 버디로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이후 7번홀(파4)과 11번홀(파5)에서도 버디를 추가한 고진영은 15번홀(파5)에서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끝내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이어 16번홀(파4)마저 버디에 성공하며 단독 선두로 뛰어 올랐다. 고진영은 중국의 류위가 15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그래도 평정심을 유지한 고진영은 17번홀(파3)과 18번홀(파4)을 파로 마무리했다. 고진영은 연장전을 생각하며 경쟁자들이 경기하는 동안 퍼트 연습을 했다. 그런데 류위가 18번홀 파 퍼팅을 넣지 못하며 고진영은 우승을 확정했다. 고진영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잡아내며 7언더파를 적어내 최종합계 22언더파로 류위, 제시카 코다(미국) 등 공동 2위 그룹(21언더파)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해 2월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고진영은 13개월 만에 투어 통산 3승째를 따냈다. 특히 고진영은 미국 본토에서 열린 LPGA 투어에서는 처음으로 우승하는 기쁨을 맛봤다.

고진영은 “우승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메이징 데이”라며 활짝 웃었다. 이어 “이제 미국 본토에서의 투어가 시작이고 아직 대회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만족하지 않고 조금 더 꾸준하게 성적을 낼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고진영의 우승으로 이 대회는 한국 선수들과 좋은 인연을 이어갔다. 2011년 시작된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2015년 김효주, 2016년 김세영, 2018년 박인비, 2019년 고진영 등 총 4번 우승을 차지했다. 또 태극 낭자군단은 올 시즌 LPGA 투어 6개 대회 중 4곳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발스파 챔피언십에서 공동 4위에 올라 이번 시즌 4번째 톱10 진입에 성공한 임성재. KPGA 제공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발스파 챔피언십에선 ‘슈퍼루키’ 임성재(21)가 최종합계 6언더파로 공동 4위에 올랐다. 이로써 임성재는 올 시즌 PGA 투어에서 ‘톱10’에 네 번째 들어가는 기염을 토했다. ‘톱5’로 좁히면 세 번째다. 임성재는 또 세계랭킹도 72위에서 59위로 수직 상승했다. 임성재는 4월 1일자로 세계랭킹 50위 안에 들어가면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 출전 자격을 얻게 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