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망스러운 국토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

입력 2019-03-26 04:01
장관 후보자 7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됐다. 장관 후보자들의 자질과 도덕성 등을 따져보는 자리다. 하지만 첫 일정인 25일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부터 여야 공방이 주를 이뤘다.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주택을 소유하지 말라는 것이 문재인정부 주택 정책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이다. 그러나 최 후보자는 다주택자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20년 넘게 살던 분당 아파트 집을 후보자 지명 직전 딸 부부에게 증여한 뒤 그 집에 월세를 내며 사는 꼼수 증여를 했다. 또 최 후보자가 분양 받은 세종시 아파트는 웃돈이 수억원 붙었고, 전세를 끼고 산 잠실 아파트는 10억원이 올랐다. 다른 부처도 아니고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수장으로 적합한지 여부를 따져야 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실거주 목적이었기 때문에 투기가 아니라고 엄호했다. 2주택 1분양권으로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것을 실거주 목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집값 폭등과 집 없는 서러움에 시달려 온 서민들의 정서를 무시하는 것이다. 최 후보자는 “국민들께 송구스럽다”고 사과했지만 여당 의원들은 “다주택자가 죄는 아니다. 증여하면 했다고 뭐라 하고, 보유하면 보유했다고 뭐라 한다”며 감쌌다. 야당 의원들도 투기 의혹을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거나 장관 자격이 있는지를 검증하기보다 흠집내기식 공세로 일관했다.

26일은 김연철 통일부·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27일 진영 행정안전부·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진영 후보자는 2년 만에 십수억원의 차익을 올린 재개발 딱지 투기 의혹이 제기된 상태고 조동호 후보자는 4채를 보유한 다주택자인 데다 위장 전입 사실까지 드러났다. 문성혁 후보자는 본인은 병역, 아들은 채용 특혜 의혹이 있다. 박양우 후보자는 위장 전입과 두 딸의 고액 예금, 박영선 후보자는 종합소득세 2400만원 지각 납부 논란이 있다. 김연철 후보자는 통일 정책 주무 부처 장관 후보로서 편향적인 대북관과 자질을 의심케 하는 막말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여당은 무조건 방어하고 야당은 공격하는 정치공방에서 벗어나야 한다. 문제가 있는 장관들을 걸러내는 인사청문회가 돼야 하고 청와대도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으면 임명을 강행하기보다 철회하는 것이 정도다.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또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