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출금’ 김학의 재수사 공식화… ‘뇌물·수사외압’이 우선

입력 2019-03-25 04:02
모자와 선글라스, 목도리로 얼굴을 가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22일 밤 인천국제공항에서 태국으로 출국하려다 긴급 출국금지 명령을 받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 JTBC 방송화면 캡처

‘별장 성범죄’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해외로 나가려다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당하면서 그에 대한 재수사가 사실상 공식화됐다. 2013년 수사 당시엔 적용되지 않았던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와 함께 ‘부실 수사’가 이뤄진 배경, 즉 수사외압 의혹이 재수사의 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은 25일 과거사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김 전 차관 성범죄 의혹 사건 등에 대한 중간조사 상황을 보고하면서 우선적으로 검찰 수사가 필요한 부분을 제안할 예정이다. 그동안 김 전 차관이 소환 요구에 불응하는 상황에서 강제 조사권이 없는 조사단의 한계를 극복하고 진상을 규명하려면 검찰의 정식 수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 밤 김 전 차관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태국 방콕으로 떠나려다 직전 긴급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져 저지당했다. 법무부는 23일 정식 출금 조치도 내렸다. 법무부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이 의혹 사건의 피내사자로 수사 필요성이 있는 대상이었던 만큼 정식 피의자로 입건되기 전이었더라도 긴급 출금 조치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공식화한 셈이다. 재수사 권고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던 조사단이 빠른 수사 개시 필요성을 강조하기에 좋은 상황이 됐다.

조사단은 과거 수사 때 적용되지 않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재수사를 우선 요청할 전망이다. 조사단은 건설업자 윤중천씨 등을 포함한 관련자 조사로 뇌물 의혹 관련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계좌추적 등 강제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기존에 알려진 ‘성접대’ 뇌물죄의 공소시효 5년과 달리 수수한 금품·향응액이 1억원 이상이 되면 공소시효가 15년으로 늘어나 적용이 가능하다.

과거 수사에서 이미 두 차례 무혐의를 받았던 특수강간죄는 공소시효가 남아 있지만 우선 수사 권고 대상에선 제외할 방침이다. 조사단은 대신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검·경 수사과정에서 의도적인 부실수사 및 정권 차원의 외압에 대한 전면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조사단 관계자는 24일 “특수강간 혐의 부분은 기존 수사 결과를 뒤집을 압도적인 증거가 필요하다”면서 “지금 중요한 것은 당시 사건을 검찰이 전면적으로 재수사하도록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특수강간 등도 재수사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 관련 강제 수사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 차례 비공개 조사가 전부다. 2013년 그에 대해 첫 수사가 시작될 당시 경찰 지휘 라인이 모두 교체됐던 배경에 당시 박근혜정부 차원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누군가 수사를 무마하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면 직권남용죄에 해당해 공소시효(7년)가 남아 있다. 김 전 차관 임명 전 경찰이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며 청와대에 우려 의견을 전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다만 당시 인사 검증을 책임졌던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은 오히려 경찰의 허위보고 탓에 김 전 차관이 임명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과거사위가 조사단 의견을 받아 재수사 권고를 결정하면 법무부 장관이 이를 검토해 검찰에 통보하게 된다. 검찰과 과거사위 안팎에서는 특임검사를 임명해 수사 독립성을 확보하거나 별도의 특별수사팀을 꾸리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민영 구자창 김경택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