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사진)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24일 지난달 발생한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괴한 침입 사건 때 북한이 핵심 암호프로그램이 담긴 컴퓨터를 도난당했을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등 해외에 있는 자국 대사들을 소환한 것도 비밀 전보문으로 지시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세계가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괴한 침입 사건에 대해 계속 보도하고 있는데도 북한이 한 달째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침입자들이 북한대사관의 핵심기밀사항인 ‘변신용 컴퓨터’를 강탈하지 않았는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변신용 컴퓨터’는 평양과 각지 대사관이 주고받는 전보문의 암호를 해독하는 장비라고 태 전 공사는 소개했다.
태 전 공사에 따르면 북한의 특수암호기술은 서방 정보기관도 풀 수 없는 항일빨치산식이다. 사전에 여러 권의 소설을 보낸 후 암호문을 보내면 암호 전문마다 다른 소설의 페이지와 단락에 기초, 해독하는 방식이다. 수학식으로 된 서방 정보기관의 암호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다.
태 전 공사는 “암호프로그램이 담긴 컴퓨터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넘어갔다면 북한으로서도 큰일”이라며 “아마 원천 파일부터 다 교체하고 이미 나간 북한소설들을 없애버려야 하며 한동안 평양과 모든 북한 공관 사이에 암호통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 언론들이 이번 침입 사건을 통해 해외 정보 당국이 매우 가치 있는 ‘보물’을 얻었다고 보도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재룡 주중국대사, 김형준 주러시아대사, 김성 주유엔대사가 지난 19일 평양으로 급거 귀국한 것도 전보문을 통해 비밀사항을 현지 대사관에 보낼 수 없는 상황과 관련 있을 것으로 태 전 공사는 분석했다. 북한이 암호프로그램 컴퓨터를 도난당하면서 암호체계를 새롭게 만드는 과정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지 대사와 김 주유엔대사는 지난 23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모습이 포착되는 등 나흘 만에 임지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