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강 대치 한발 뺀 트럼프, 톱다운 대화 불씨 살리기?

입력 2019-03-25 04:0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플로리다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점령지역을 붉은색으로 표시한 지도를 거꾸로 들어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2016년 11월 상황이 담긴 아래 지도에는 IS가 수도로 선언했던 락까 등 시리아 북부 대부분이 붉은색으로 표시돼 있다. 최근 점령지역을 표시한 위쪽 지도엔 붉은색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발표한 성명에서 IS를 시리아에서 완전히 격퇴했다고 선언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기류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는 “대북 추가 제재를 철회했다”면서 북한을 다독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톱다운 방식 해결에 기대를 걸며 공개적으로 북한에 자제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촉발된 롤러코스터 같은 갈등 국면이 해소될지는 불투명하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추가 제재 철회를 알리기 위해 올린 트위터 글은 의문투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숨통을 죄여 오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보고서 파장을 염두에 두고 ‘북한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대북 유화책을 펼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미국 내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대북 압박을 느슨하게 만들 것이라는 비판이 23일(현지시간) 고개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트위터 글을 통해 재무부의 대규모 추가 대북 제재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북한에 최대 압박을 가하려는 미 정부의 움직임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은 한반도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단독 플레이’이자 ‘트럼프식 돌발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트위터 글은 북·미 양측이 강펀치를 교환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이 포착되자 미국 재무부는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회사 2곳에 제재를 가했다. 여기에다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 등 도발을 감행한다면 북·미 대화는 끝날 것이라는 위기감이 퍼져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톱다운 방식의 대화를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명확히 전달하면서 한반도 긴장은 많이 누그러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번 트위터 글은 많은 혼란을 낳았다. 일단 사실 관계부터 맞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무부의 추가 제재가 22일 이뤄졌다고 밝혔지만, 그 날 어떤 제재도 발표되지 않았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제재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미 정부 내에서 대혼돈이 빚어졌다고 보도했다. 한 정부 당국자는 “우리는 허를 찔렸다”고 말했다. 제재를 담당하는 재무부는 입장을 밝히지 못했고, 국방부는 “백악관에 물어보라”고 답했다고 CNBC방송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와 관련해 추가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역시 모호한 언급만 해 혼란은 더욱 증폭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와 관련해 최대 압박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견인한다는 미국 정부의 구상에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미국과학자연맹의 애덤 마운트 선임연구원은 “이번 트위터 글은 다른 나라들에 대북 압박 정책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는 미국의 외교적 노력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그들(북한)에게 우리의 전술이 먹히고 있다는 것을 입증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는 “하노이 결렬 이후 북한이 한·미 동맹의 균열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하노이 회담 이후 벽에 부딪혔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