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 민병대 “IS, 지도에서 사라졌다”

입력 2019-03-24 20:30
미국과 함께 이슬람국가(IS) 격퇴에 앞장서 온 쿠르드족 계열 민병대 시리아민주군(SDF)이 23일(현지시간) IS 완전 격퇴를 공식 선언했다. 미군이 2014년 6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승인으로 IS 격퇴 작전을 시작한 지 4년9개월 만이다.

무스타파 발리 SDF 대변인은 “SDF가 이른바 칼리프국(이슬람 신정일치 국가)을 완전히 제거하고 ISIS(IS의 옛 명칭) 영토를 100% 빼앗았다”며 “이 특별한 날 승리를 가능케 한 수천명의 순교자를 기린다”고 밝혔다. SDF는 22일 밤늦게 IS의 최후 거점인 시리아 동부 바구즈 마을에 공세를 퍼붓기 시작해 다음 날 새벽 마을 전체를 점령했다. 한때 영국 면적만큼의 영토를 차지했던 IS는 바구즈를 끝으로 지도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최후까지 남아있던 IS 전투원 수백명은 어린이를 인간방패로 삼고 자살폭탄 테러를 벌이는 등 마지막까지 극렬하게 저항했다고 USA투데이가 전했다.

하지만 IS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 양대 종파인 수니파와 시아파가 여전히 반목하고 있고, 중동과 서아프리카, 아프가니스탄 등 IS가 주로 활동해 온 지역의 정치 환경도 불안한 형편이다. 파와즈 게르게스 런던정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을 통해 “이슬람 극단주의를 불러일으켰던 문제들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한 IS의 추종자들이 계속 생겨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 발표한 성명에서 “칼리프국의 영토를 100% 제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에도 IS가 완전히 격퇴됐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고작 한 달 후인 지난 1월 시리아 북부 만비즈에서 IS의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미군을 포함한 미국인 4명이 사망했다. 그가 섣불리 IS 격퇴를 선언하는 바람에 미국과 동맹국이 피해를 봤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95일 동안 무려 15차례나 IS 완전 격퇴가 임박했다고 발표했지만, 매번 미뤄졌다고 미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이 지적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