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8년 만에 총선… 軍政 연장 유력 民政 복귀 힘들 듯

입력 2019-03-25 04:04
사진=AP뉴시스

8년 만에 실시된 24일 태국 의회 총선에서 군부 정권을 이끄는 쁘라윳 짠오차(사진) 총리가 재집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필두로 한 태국의 민주주의 회복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날 오후 발표된 총선 사전 여론조사 결과 하원의원 500석 중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푸어타이당이 173석을 차지하고, 군부 정권 지지 정당인 팔랑쁘라차랏당은 96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AP통신은 여론조사기관 수안두싯폴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도 노선을 표방하는 민주당은 그 뒤를 이을 것으로 예측됐다. 500석 중 350석은 지역구 유권자들의 직접 투표로 선출되고, 150명은 정당 비례대표의 몫이다.

탁신계 푸어타이당이 1위에 올랐어도 쁘라윳 총리의 군부 정권이 연장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태국은 상·하원의원 750명이 다수결로 차기 총리를 선출하는데, 군부 정권이 제정한 새 헌법에 따르면 상원의원 250명은 선거 없이 군부가 지명한다. 쁘라윳 총리가 이미 의회 과반인 376석에서 250석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팔랑쁘라차랏당을 포함한 쁘라윳 총리 지지 정당이 하원에서 126석만 차지하면 그의 연임은 확실시된다. 반면 푸어타이당 등은 선거에서 376석을 새로 획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태국 총선이 마무리된 후에도 정당 간 합종연횡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구 의석이 많으면 비례대표 의석이 줄어드는 현행 헌법 규정으로 어느 정당도 다수당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수 성향의 태국 민주당이 어느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지가 관건이다. 아파싯 웨차치와 민주당 대표는 최근 군부 정권에 대한 반대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쁘라윳 총리와 탁신 전 총리 사이의 ‘제3의 길’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푸어타이당은 퓨처포워드당, 세리루암타이당과 손잡고 있는 상황이고, 팔랑쁘라차랏당은 국민개혁당, 태국연합행동당과 연정을 추진할 확률이 크다.

탁신계 푸어타이당이 선두를 점하면서 쁘라윳 총리의 국정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푸어타이당은 선거 전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팔랑쁘라차랏당을 누르고 꾸준히 지지율 1위에 올랐다. 푸어타이당은 군부 정권이 5년간 경제 실책을 일삼았다고 강조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태국 젊은 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신생 정당 퓨처포워드당도 이번 총선에서 선전했다는 점도 쁘라윳 총리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태국 시민들은 8년 만에 치러진 총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적어도 80%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일간 방콕포스트는 보도했다. 지난 17일 실시된 사전투표의 투표율은 87%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 태국 총선 최종투표율은 75%였다.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은 성명을 내고 국민들에게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좋은 후보들을 선택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투표가 시작되기 전부터 투표소 앞에 길게 줄 서 있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번 총선에서 우본랏타나 라차깐야 태국 공주가 총리직 도전을 시도하면서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푸어타이당의 자매 정당 타이락사차트당은 지난달 8일 우본랏타나 공주를 태국 선거관리위원회에 총리 후보로 등록했다. 하지만 우본랏타나 공주의 ‘총리 도전기’는 마하 국왕이 제동을 걸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 때문에 군부정권을 지지하는 국민개혁당은 타이락사차트당의 해산을 요구하기도 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