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의선 시대’ 개막, 지배구조 개편과 실적 회복이 숙제

입력 2019-03-24 20:33

미국계 행동주의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에 완승을 거둔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에 오른 정의선(사진)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책임경영’과 ‘미래 모빌리티 시장 주도’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지난 22일 개최한 정기주주총회에서 엘리엇이 제안한 배당안과 사외이사 선임안이 모두 부결됐다. 이사회를 통해 두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려던 엘리엇은 무리한 배당 요구 등으로 주주들의 외면을 받은 반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시장과의 소통을 토대로 주주들의 지지와 기대를 확인했다.

현대차의 경우 이사회가 제안한 보통주 1주당 3000원 배당안이 찬성률 86%로 통과됐다. 또 주주들은 77~90% 찬성으로 이사회가 추천한 윤치원 UBS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과 유진오 전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등 3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엘리엇이 추천한 3명에 대해선 반대표를 던졌다.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도 주주들은 이사회가 제안한 대로 보통주 1주당 4000원을 배당하기로 결의했다. 사외이사 선임안의 경우 이사 정원을 기존 9명에서 11명으로 늘리자는 엘리엇의 제안이 부결되면서 현대모비스 이사회가 추천한 브라이언 존스 아르케고스캐피탈 공동대표, 칼 토머스 노이만 전 오펠 최고경영자(CEO) 등 2명이 선임됐다.

정 수석부회장이 이번 주총을 통해 그룹 핵심계열사의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정의선 시대’가 개막됐다. 우선 지난해 엘리엇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던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올해 안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수석부회장이 핵심지배기업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직접 취득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미래차 연구·개발 및 신성장동력 확보에도 더욱 잰걸음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최악의 실적으로 자존심을 구긴 상황에서 중국과 미국 등 글로벌 자동차 판매 회복은 물론 차량공유 등 넓은 범위의 모빌리티 사업에 사활을 걸어야 할 때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탓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해부터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복장자율화와 직급개편 등 기업문화 혁신 작업도 빨라지고 있다. 생산 현장에서도 이 같은 변화는 감지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24일 “자동차의 디자인 변경 등에 있어서도 예전보다 더욱 과감한 시도, 고객 반응에 따른 즉각적인 변화가 활발해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21일 출시된 ‘신형 쏘나타’는 시장 공개 후 풍절음 등이 지적되자 즉각 생산라인을 멈추고 품질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