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 대기업 IT 계열 최초 ‘포괄임금제’ 폐지

입력 2019-03-25 04:01

SK C&C가 대기업 IT 계열사로는 처음으로 포괄임금제를 사실상 폐지키로 했다. 네이버 등 일부 대형 IT 기업들이 포괄임금제를 없앴지만, 상호출자 제한 대기업집단의 IT 계열사가 폐지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주요 IT 기업에 이어 대기업까지 장시간 노동 관행을 묵인해온 포괄임금제 폐지에 나서면서 IT 업계 종사자들의 업무 환경이 변화될지 주목된다.

SK C&C 노조 관계자는 24일 “포괄임금제를 대폭 시정하고 회사 창립 이후 한 번도 지급하지 않았던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한다는 것이 변화된 임금제도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산하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 관계자도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65개 상호출자 제한 대기업집단의 IT 계열사 중 포괄임금제를 없앤 것은 SK C&C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포괄임금제란 노동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운 업종에서 연장·야간·휴일 근로시간을 사전에 정해 실제 일한 시간과 관계없이 정해진 시간만큼의 수당(고정연장수당)만 임금으로 주는 제도다. 업무 특성상 포괄임금제가 일반화됐던 IT 업계 노동자들은 살인적 야근에 내몰리며 ‘과로사’ 등의 부작용이 심했다. 하지만 지난해 주 52시간 노동상한제가 시행되고, IT 업계의 업무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아지면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대표적 IT 기업인 네이버도 지난해 포괄임금제를 폐지했고 넥슨 등 주요 게임 개발사들도 하반기 중 포괄임금제 폐지를 준비하고 있다. 포괄임금제가 줄줄이 폐지되면서 IT 업계의 기대감도 커졌다. 한 중소 SI 업체 대표는 “SK C&C는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대표적 시스템 통합(SI) 업체”라며 “대기업이 포괄임금제 폐지 등에 나서면 하청업체나 재하청업체 등이 많은 IT 업계 특성상 중소 IT 업체들의 노동 환경도 변화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포괄임금제 폐지와 주 52시간 노동상한제 도입으로 영세한 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게임 업체 대표는 “임금 등 비용 상승 이슈가 생겨 중소기업은 더 힘들어질 수 있다”며 “또 창의적 성과가 중요한 IT 업계에서 정해진 시간만 일하도록 할 경우 기계적인 아웃풋만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