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예술 인생의 종착역인 것 같다. 약 40년간 예술계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쏟아붓고 싶다.”
유인택(64) 신임 예술의전당 사장은 24일 국민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소감을 묻자 “예술계에서 한길을 걸었는데 예술의전당 사장 임기 3년을 마치면 60대 후반”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1980년대 초반 극단 연우무대 사무국장을 맡은 그는 영화제작사 기획시대 대표 시절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화려한 휴가’ 등 영화 20여편을 제작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캠프 문화예술정책위원을 맡았다.
유 사장은 공연 기획과 제작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예술의전당은 ‘대관 장사를 한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 아무리 작은 극장도 결국 자기 레퍼토리가 있어야 한다”며 “나는 평생 기획과 제작, 펀딩을 했다. 상주단체들 얘기도 듣고 예술계 의견도 청취해서 예술의전당만의 콘텐츠를 고민하겠다”고 했다.
예술의전당이 대관을 많이 하는 데는 구조적 원인이 있다고 봤다. 그는 “예술의전당은 국고 지원은 적은 편이고 대관 등을 통해 얻은 자체 수입이 예산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표 공연장이다 보니 대관 수요도 굉장히 많을 것”이라며 “업무 보고를 통해 자체 기획의 걸림돌을 먼저 파악할 것”이라고 했다.
전체적인 운영 방향으로는 공공성과 수익성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유 사장은 “예술 분야는 공공성과 수익성의 조화가 필수적이다. 공공이나 민간이나 예술 분야는 재원이 굉장히 중요한데 앞으로 민간 부문 재원도 좀더 유치할 생각”이라며 “만약 예술의전당 발전에 재원이 걸림돌이라면 내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 (펀딩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문화계는 그가 국내 간판 공연기관인 예술의전당 사장을 맡은 것은 지난 대선캠프 활동과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국장 등으로 활동한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소위 ‘좌파 예술인’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에 대해 유 사장은 “88~89년 딱 1년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사무국장을 했는데 평생 그렇게 불리더라. 나는 늘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사람”이라고 했다.
경력이 공연계 전반을 아우르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클래식 부분이 취약하다. 하지만 문화정책도 해봤고 연극 뮤지컬 영화 등 상대적으로는 폭넓은 경험을 가진 편”이라고 했다. 그의 형은 유인태(71) 현 국회 사무총장이다.
유 사장은 “형이 국회의원 안 할 때 빼곤 항상 ‘유인태 동생’으로 불렸다. 형과는 명절 때나 얼굴을 본다. 사장이 된다니까 축하한다고 하더라”고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