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 양승태, 25일 첫 공판준비기일

입력 2019-03-25 04:03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사진) 전 대법원장의 재판이 25일 준비절차에 돌입한다. 앞서 시작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에선 현직 판사들에 대한 증인 신문이 본격 시작된다. 현직 판사가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은 사법농단 의혹 재판이 시작되고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 심리로 열린다. 구속기소된 지 42일 만이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의 준비기일도 함께 진행된다. 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의 의무가 없어 양 전 대법원장과 두 전 대법관은 출석하지 않는다.

재판부는 주요 혐의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의견을 듣고 증인 및 증거 신청 등 증거조사 계획을 세우게 된다. 양 전 대법원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 보석 심문 절차에서 “검찰은 흡사 조물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300여쪽의 공소장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또 보석 청구서에서 밝힌 것처럼 일부 사실관계가 인정된다 해도 ‘직권남용죄’가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사기록이 20만여쪽이고 범죄 사실도 37개인 만큼 이날 준비절차가 종결될 가능성은 낮다. 임 전 차장의 경우 세 차례 준비기일을 진행한 뒤 정식 재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2~3차례 준비기일을 열고 다음 달 말이나 5월 초쯤 첫 공판기일을 지정할 것으로 보인다. 공판기일에는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해야한다. 전직 대법원장과 전 대법관들이 함께 피고인석에 서는 초유의 장면이 연출될 전망이다.

오는 28일 임 전 차장 재판에 시진국 통영지원 부장판사(전 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가 증인으로 서는 것을 시작으로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한 증인신문도 본격화된다. 시 부장판사는 2015년 심의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고 ‘상고법원 관련 BH(청와대) 설득 방안’ 문건 등을 작성,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그를 상대로 문건 작성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