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의 날짜 계산 착오로 부동산 가압류 결정이 취소돼 경매절차에서 채권자가 배당을 받지 못했다면 국가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윤승은)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A씨 패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국가가 A씨에게 4억6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13년 8월 주식회사 B사를 상대로 경기도의 한 건물에 가압류를 신청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가압류를 결정했다. 그러자 B사는 가압류 등기를 말소하기 위해 이듬해 4월 법원에 ‘A씨에게 본안 소송 제기를 명령해 달라’며 제소 명령을 신청했다. 가압류 결정의 정당성을 판단받기 위해 본안 소송을 속히 개시해 달라는 취지였다. 법원은 A씨에게 제소 명령을 내렸다. A씨는 제소 기간 마지막 날인 같은 해 6월 2일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B사는 ‘A씨가 기간 내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며 가압류 취소 신청을 냈다. 1심은 이를 받아들여 가압류 결정을 취소했다. A씨는 ‘법원이 제소 기간을 잘못 계산했다’며 즉각 항고했다. 두 달 뒤 항고심 법원은 1심 판사의 실수를 인정하고 가압류 취소 결정을 뒤집었다.
하지만 이미 그동안 경매절차가 진행돼 가압류 등기가 말소된 A씨는 배당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에 A씨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담당 재판부의 잘못은 인정했지만 국가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단순 실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법관이 직무 수행상 준수해야 하는 기준을 현저히 위반한 경우에 해당돼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판사 실수로 가압류 취소돼 배당 못 받아… 법원 “국가가 배상”
입력 2019-03-24 2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