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 문재인정부 압박해도 제재 풀 수 없다

입력 2019-03-25 04:03
북한이 일방적으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한 데 이어 매체들을 동원해 한·미공조를 비난하고 있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자 한국에 분풀이라도 하듯 연이어 비난 공세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우리민족끼리와 통일신보 등은 “남조선이 미국과 공조해 봐야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거나 “대북 제재의 틀 내에서의 남북협력사업은 외세의 개입”이라며 한·미공조 대신 민족공조를 선택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한·미공조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우리 정부가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협을 서두르려 할 경우 북한의 전략에 말려드는 꼴이다. 남북연락사무소 철수에서 보듯 북한은 남북 관계를 북·미 관계의 종속변수로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남북연락사무소는 4·27 남북 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것이다. 정상회담 합의까지 일방적으로 팽개치는 행동은 북한에 대한 신뢰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문재인정부가 김정은 수석대변인 소리까지 들으며 아무리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도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남북 관계보다 북·미 관계를 우선하면서 우리에게 한·미공조 대신 민족공조를 선택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다.

남북 관계는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 비핵화가 진행되지 않으면 남북 관계는 좋아질 수가 없고, 좋아진 것처럼 보인다 해도 허구에 불과하다. 비핵화와 대북 제재는 한·미공조의 틀 안에서 추진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차제에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전제되지 않는 한 한·미공조와 대북 제재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을 북측에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대북 제재에 추종하는 남조선은 미국의 꼭두각시라거나 미국쪽에 선 플레이어라고 비난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과의 공조를 깨면서 추진할 수 있는 남북경협은 없다. 북한은 아무리 우리 정부를 압박해도 미국의 입장에 맞서 남북경협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진전된 비핵화 카드를 준비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 다행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추가 제재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북·미 대화의 문을 열어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