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시즌이 본격화한 가운데 ‘비적정’(‘의견 거절’ 또는 ‘한정’) 감사 의견을 받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12월 결산 상장법인으로 지금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곳 가운데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곳은 22곳이나 된다. 특히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아시아나항공도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한정 의견을 받아 충격을 줬다. 아시아나는 이로 인해 25일까지 이틀간 주식 거래가 중지된다. 한정 의견 이유는 충당금 설정 등 부채를 둘러싼 회계 처리 상의 문제로 보인다. 어떻든 국내 2대 항공사인 아시아나의 신뢰도 추락은 불가피하다. 채권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유수의 대기업까지 비적정 감사 의견을 받는 등 회계 감사 리스크가 불거진 데는 지난해 말 개정 발효된 ‘주식회사 등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의 영향이 크다. 새 외감법에는 회계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감사한 회계법인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업들이 주기적으로 회계법인을 교체해 한 회계사의 감사 결과를 추후 다른 회계사가 다시 평가하도록 했다. 이러다 보니 회계사들이 큰 부담을 느끼면서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전보다 깐깐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벌써 ‘기업과 투자자 잡는 회계 감사기준 강화’라는 불만이 나온다. 아시아나의 경우도 지난해 경영지표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비적정이 나오는 게 온당하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강화된 회계 기준이 기업들에게 엎친 데 덮친 부담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회계감사 강화 조치의 정당성을 문제삼아서는 안 된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 회계 사건은 거수기로 전락한 회계 감사법인이 경제 전체에 얼마나 큰 해악을 가져오는지 충분히 보여줬다.
느슨한 회계 기준과 관행은 효율성 떨어지고 경쟁력 낮은 기업을 생존시켜 결국 경쟁력 있는 기업이 온당히 가져가야 할 몫을 줄이는 폐해까지 낳는다. 새 외감법 시행 첫해에 벌어지는 일부 기업의 불만은 한국 경제가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결별하기 위한 진통으로 봐야 한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도 회계의 투명성은 기본이다.
[사설] 대기업도 덮친 회계감사 리스크… 투명성 제고 계기로
입력 2019-03-25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