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이 된 자동차” 업사이클링 패션 회사 모어댄의 슬로건이다. “무슨 뜻이지?”라는 궁금증도 잠시 모어댄 본사를 방문하고 나서야 “아~!”라며 답을 찾았다. 회사 앞마당에 놓인 작은 자동차와 사무실을 채운 가방, 지갑, 다양한 액세서리가 눈에 들어왔다.
“가장 쓸모 없음을 가장 쓸모 있음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모어댄의 근간입니다. 지속가능한 가치를 실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2015년 5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지속가능한 가치 실현을 위해 사업에 나섰다는 최이현(사진) 대표의 설명이 이어졌다. 기본은 ‘새활용’ 또는 ‘재활용’을 의미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이다. 업사이클링은 기존 플라스틱이나 옷(섬유), 가죽 등을 수거한 뒤 이를 재활용해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해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다. 최근 패션산업에 부는 착한소비와 친환경적인 제품 생산과 소비를 뜻한다.
“프리미엄 업사이클링 패션 컴퍼니 모어댄은 자동차 생산과정과 폐자동차에서 수거되는 천연가죽, 에어백, 안전벨트를 재사용해 가방과 액세서리 제품을 제작합니다.” 회사 홈페이지의 설명이다. “가방이 된 자동차”의 깊은 속뜻이 이해됐다. 이는 모어댄은 자원을 재활용해 제품을 다시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환경과 디자인, 사람을 생각하는 자원의 선순환을 돕고 제품을 만든다는 가치의 표현이다.
최이현 대표는 구성원 즉 ‘사람’도 기속가능한 가치의 하나로 판단한다. 여기에는 직업교육과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도 핵심으로 포함된다. 또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모어댄이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가치실현’을 다른 기업과 소비자, 협력업체 등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일례로 지난해 모어댄 매출은 얼마였는가가 기업의 가치 판단의 우선 기준이 아니다. 최 대표는 “2018년 얼마나 많은 폐기물을 수거해 재활용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붙여진 브랜드 이름이 ‘컨티뉴(continew)’다. 최 대표는 “모어댄은 폐자동차에서 재활용되지 못하고 매립되는 절대폐기물이 제로가 될 때까지 제품을 만들어 환경에 이바지 하고 소비자에게 제품 그 이상의 가치를 담은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한다. 실제 1주일에 5톤 가량의 폐기물을 수거한다. 생산시설인 공장도 기존 농가의 공장을 재활용했다. 이를 통해 ‘400만톤의 매립폐기물 절감, 가방 1개당 1642리터의 물 절약’이라는 가치 실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모어댄은 자동차 ‘미니’에서 출발했다. “너무 갖고 싶었던 미니라는 차를 갖게 됐죠. 나중에 폐차를 하려는데 아쉬움이 많았죠.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다 시작하게 됐죠.” 2015년 5월 그렇게 출발했지만 2017년 9월 정식 제품을 내놓기 전까지 ‘보릿고개’였다. 처음 제품을 만들고 카카오와 함께 판매하며 소위 ‘완판’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 대표는 생산과 판매를 중단했다. 그는 “사업을 멈춰야 겠다. 이렇게는 지속하지 못하다. 수요가 있으면 꾸준히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데 우리는 지금 역량이 안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모어댄은 재료 생산 안정화, 세척기술 개발 등 소비자들이 만족하고 지속가능한 가치를 담은 완전한 제품을 만들기까지 연구개발에 몰두했다. 그 결과물이 2017년 9월 세상의 빛을 본 것. 그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조건 없는 투자지원, 현대자동차와의 협력, LG의 친환경 노하우 지원, 중소 협력업체들과의 협업이 바탕이 됐다. 최 대표는 “사회적 미션 때문에 시작한 기업인데 우리는 길게 미래를 보고 가자는 것. 모어댄이 추구하는 가치를 모두가 알아준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특히 가죽 세척을 하는 사회적기업들과의 협력으로 일감나누기를 실천하고, 비영리기관을 통해 북한이탈 주민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등 더 많은 가치 실현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올해 4월 해썹(HACCP) 인증을 받았던 김치공장을 컨티뉴 생산 공장으로 재활용해 가동한다. 이 공장을 선택한 이유 역시 ‘친환경’과 지속가능한 가치 실현 때문이다.
최이현 대표는 “구성원 개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업무환경과 조건을 개개인의 상황에 맞추는 것, 이러한 지속가능한 가치 실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모어댄의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송병기 쿠키뉴스 기자 songb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