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안으로 주식시장에서 상장주식을 팔 때 내는 증권거래세의 세율이 낮아진다. 내년부터는 국내외 주식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손익을 합산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이익이 없으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또 혁신 중소·중견기업에 3년 동안 100조원 규모의 대출이 지원된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특허권 같은 지식재산권과 동산, 채권 등을 합쳐서 설정할 수 있는 ‘일괄담보제도’가 도입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을 열고 혁신금융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담보와 과거 실적 위주의 여신 관행이 혁신 창업기업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아이디어와 기술력 같은 기업의 미래성장 가능성을 평가해야 한다”며 “‘비 올 때 우산이 되어주는 따뜻한 금융’이 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비구름 너머에 있는 미래의 햇살까지도 볼 수 있는 혁신금융’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증권거래세율을 낮추기로 했다. 코스피 상장주식의 증권거래세율은 0.30%(농어촌특별세 포함)에서 0.25%(농특세 0.15% 유지, 거래세 0.15%→0.10%)로 내려간다. 코스닥의 경우 0.30%(농특세 없음)에서 0.25%로 인하된다. 주로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제3의 주식시장’ 코넥스에 상장된 주식은 0.30%에서 0.10%로 크게 낮아진다. 비상장주식도 0.50%에서 0.45%로 세율이 떨어진다. 모험자본 투자를 확대하고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금의 원활한 회수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자본시장에 활력을 공급하려는 것이다. 기재부는 “상장 주식은 증권거래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올 상반기에 시행할 예정이며, 비상장주식은 내년 4월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정부는 국내 또는 해외 주식을 매매하면서 발생하는 손익을 1년 단위로 통산해 순이익에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적용 대상은 양도세 과세 대상자가 내년 1월 이후 양도하는 분부터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국내 주식에서 5000만원의 이익을 얻고, 해외 주식으로 1억원 손실을 봤다면 현재는 5000만원 수익에 대한 양도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내년부터 손익 합산(5000만원 손실)에 따라 부과 대상에서 빠진다.
또한 정부는 일괄담보제도를 올해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기업대출은 부동산이나 매출채권, 동산 등 담보별로 실행되는 구조다. 대부분 부동산 담보에 몰려 있다. 기존에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던 특허권 같은 지식재산권이나 매출채권, 기계류 담보 등을 한 바구니에 담아 하나의 담보로 등기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일괄담보제도다. 담보 부족으로 대출을 받기 힘든 중소기업은 숨통을 틔울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금융회사 여신심사시스템을 고쳐 혁신 중소·중견기업에 향후 3년간 총 100조원을 대출해준다. 기술금융으로 90조원, 일괄담보대출로 6조원, 성장성 기반 대출로 4조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5년간 60조원의 정책금융 자금을 공급해 일자리 17만개를 창출하는 방안도 내놨다.
이날 문 대통령은 선포식을 갖기에 앞서 기업은행 기업대출 담당 직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최근 관객 1600만명을 동원한 영화 ‘극한직업’에 기업은행이 투자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건 (돈) 좀 벌었겠네”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창업기업에 사무실을 제공하는 등 육성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에게는 “은행이 이런 역할까지 할 줄 몰랐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금융감독원장은 이런 일에 대해서는 아예 평가 때 가점을 주라”고 지시했다.
박재찬 박세환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