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로 돌아선 미 연준, 글로벌 흐름된 ‘경기부양’

입력 2019-03-22 04:02
사진=AP/뉴시스

글로벌 경기 둔화가 확산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비둘기’로 돌아섰다. 지난해만 4차례나 기준금리를 올렸던 미국이지만 올해 들어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먹구름에 비유될 정도로 주춤하는 세계 경제가 통화정책의 신중론을 불렀다.

연준은 21일(한국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2.25~2.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배적이었던 시장의 예상처럼 만장일치 동결 결정이었는데, 더욱 이목을 끈 것은 향후 금리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점도표(dot plot)’였다. 연준 위원 17명 가운데 과반인 11명이 올해 기준금리가 2.5% 미만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으로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연말까지 기준금리 인상은 없다는 의미다. 점도표에는 내년에도 금리 인상이 1회에 머물 것이라는 연준 위원들의 전망이 담겼다. 제롬 파월(사진)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유럽과 중국 경제가 상당히 둔화되고 있다”며 “약한 성장은 미국 경제에 역풍이 된다”고 말했다.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완화 기조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만 독자적으로 긴축 정책(금리 인상)을 계속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은 연준 내부에서부터 새어 나왔었다. 지난해에 비해 미국 경제의 자신감도 조금은 떨어진 상태다. 실제 연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내려잡았다.


이날 공개된 FOMC의 성명서 문구도 2개월 전과 비교해 미묘하게 달라졌다. 물가 목표치 등 향후 전망은 바뀌지 않았지만, 현재 상황을 판단한 대목이 문제였다. ‘견실하다(solid)’던 경제활동 확장세는 지난해 4분기에 비해 ‘둔화됐다(slowed)’는 표현으로 고쳐졌다. ‘강력하다(strong)’던 일자리 증가세는 ‘견실하다(solid)’로 한 걸음 물러섰다.

연준은 특히 채권을 매각해 시장에 풀린 달러화를 회수하는 보유자산 축소 시점을 ‘5월부터 시작, 9월 말 종료’로 명시했다. 2017년 10월부터 시작한 통화 긴축정책을 2년 만에 끝내겠다는 선언이다.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연준이 ‘비둘기’를 날려보냈다”고 평가했다. 매파(긴축 선호)였던 연준이 비둘기파(완화 선호)로 돌아섰다는 진단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출근길에 “FOMC 결과가 시장의 예상보다 완화적이었다”며 “우리로서는 운신의 폭이 조금 넓어졌다”고 평가했다. 연준의 금리 동결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0.75% 포인트로 유지됐다. 지난해 미국이 무섭게 기준금리를 올릴 때 한은에서는 “좀 참아줬으면 싶다”는 말이 나왔었다. 내외 금리차는 외국인 자금 유출 요인이 되는데, 경기 후퇴 분위기 속에서 무턱대고 기준금리를 따라 인상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의 일부에선 “활력이 필요하다”며 금리 인하 기대감을 거론한다. 하지만 이 총재는 “아직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미·중 무역 협상과 그에 따른 중국 경기 흐름 등을 늘 예의주시하면서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