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한 성능에 좋은 디자인·착한 가격까지… ‘G8 씽큐’가 뜬다

입력 2019-03-24 20:38
LG전자 모델이 LG 베스트샵 서울 양평점에서 G8의 디자인 특징을 소개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 G8 씽큐(이하 G8)는 올해 상반기 공개된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저평가됐다.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갤럭시 S10으로 향했고, ‘형제’인 V50이 여러 가지 이유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동안 G8은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은 채로 시장에 나왔다. 하지만 일주일간 써본 G8은 그렇게 홀대받을 제품이 아니었다. 쾌적한 성능에 좋은 디자인 그리고 경쟁력 있는 가격까지 갖춰 ‘다크호스’로 불릴 만하다.

G8의 디자인은 매끈하다. 부품 사이에 높낮이 차이가 없어서 손에 쥐었을 때 조약돌처럼 감기는 느낌도 좋다.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 있는 ‘카툭튀(카메라가 돌출된 모습)’도 없다. 두께가 8.4㎜로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 다소 두껍기에 가능한 디자인이지만 의미 없는 스펙 경쟁을 하는 것보다 실제로 좋은 느낌을 주는 게 중요하다는 면에선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LG가 경쟁사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듣는 즐거움’은 여전하다. G8은 화면 전체가 스피커 역할을 하는 ‘디스플레이 스피커’ 기능을 갖췄다. 크리스털 사운드 올레드(CSO) 패널을 사용한 덕분이다. 고음과 저음 분리가 잘 돼 있고 소리가 전반적으로 균형 있는 느낌이었다. LG전자는 영국 명품 오디오 브랜드 ‘메리디안오디오’와 협업해 소리를 맞췄다.

카메라도 합격점을 줄 수 있다. 후면 트리플 카메라는 다양한 구도로 사진을 찍기에 부족함이 없다. 동작도 빠릿빠릿하고, 결과물도 만족스러운 편이다. 단 색감이 너무 사실적인 게 흠이라면 흠이다. 사용자들은 정직한 사진보다 다소 과장하더라도 보기 좋은 사진을 선호한다는 걸 LG전자가 반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G8의 각종 기능이 호평을 받아도 시장에서는 여전히 LG전자 스마트폰에 대해 의심 어린 시선을 보내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G6 이후로 출시된 LG전자 스마트폰이 큰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다. LG전자도 ‘일단 팔면 그만’이라는 식의 대응에서 벗어나 믿고 오래 쓸 수 있는 폰을 만들겠다며 사후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제는 LG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막연한 불신을 지우고 G8을 객관적으로 봐줄 때도 됐다. 게다가 G8은 경쟁사들이 100만원 이상의 가격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89만7000원이라는 상대적으로 ‘착한’ 가격에 나왔다. 당장 주류까진 아니어도 ‘의미 있는 대안’ 정도의 자리를 차지할 자격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이제 LG전자 스마트폰에서 ‘기본기’를 논하는 건 의미가 없다.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정도로 품질은 좋아졌다.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G8도 전반적으로는 좋은 폰이지만 경쟁사를 압도할 만한 건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G8의 특징으로 전면에 내세운 ‘에어모션’은 판단미스다. 현재 스마트폰은 터치 기반의 사용자 경험(UI)이 최선이다. 가장 직관적이고 쓰기 편하기 때문이다. 에어모션은 ‘터치를 안 하고’ 스마트폰을 쓰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왜 굳이 이 방식을 써야 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 무엇보다 편하지 않다. 정맥 인식을 사용하는 ‘핸드 아이디’는 지문인식이나 얼굴인식처럼 한 번에 인식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손바닥을 좀 더 가까이 가져와라, 아래로 내려라, 올려라 등 몇 번의 ‘안내’를 받아야 인식이 됐다. 그럴바에야 패턴을 그리거나 지문인식을 하는 편이 빨랐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