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계 대부’로 불렸던 전명규(사진) 한국체육대학교 교수가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 폭행 사건을 무마하려고 피해자들을 회유하거나 압박한 사실이 교육부 감사에서 드러났다. 전 교수는 조 전 코치의 지인에게 “피해 학생을 정신병원에 갈 정도로 압박하라”고 지시하고, 피해자의 동생도 쇼트트랙 선수임을 악용해 피해자 가족을 압박했다.
교육부는 빙상계 폭력의 온상으로 지목된 한체대와 입시비리 의혹이 제기된 연세대를 감사해 그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한체대에선 교수들의 폭력 사건 외에도 각종 비리와 학사 관리 부실 등 82건이 적발됐다.
전 교수는 조 전 코치가 자신의 지도학생을 폭행한 사실이 알려지자 피해 학생은 물론 가족까지 만나 폭행 사건 합의 또는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 응하지 않을 것을 강요했다. 교육부는 “전 교수는 ‘졸업 후 실업팀 입단’ 등 진로 문제를 압박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또 빙상부 학생이 협찬받은 훈련용 사이클 2대를 가로챘다. 국가 소유인 한체대 빙상장과 수영장을 자신의 제자들이 운영하는 사설강습팀에 대관했다. 제자인 대한항공 빙상팀 감독에게 대한항공 스튜어디스 면접 지원자 정보를 보내면서 “가능한지 알아봐 달라”고 취업 청탁도 했다.
다른 종목 교수의 비리도 확인됐다. 볼링부 A교수는 국내외 대회와 훈련을 하며 학생들에게 경비 명목으로 1인당 25만∼150만원을 받았다. 모두 5억9000여만원을 챙겼는데 증빙자료를 만들거나 정산하지 않았다. 생활무용학과 B교수는 학생 1인당 6만∼12만원씩을 실기특강비로 걷어 증빙서류 없이 사용했다.
사이클부 C교수는 학부모 대표에게 현금 120만원을 받았다. 교육부는 전 교수 등 교직원 35명을 징계하도록 대학 측에 요구하고, 12명은 고발 및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빙상장 사용료 등 5억2000만원은 회수했다.
연세대 체육특기자 입시 비리는 규명하지 못했다. 다만 특혜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에 수사를 맡기기로 했다. 연세대는 아이스하키 특기생 합격자가 미리 결정돼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평가위원 D는 아이스하키 지원자 중 상대적으로 경기실적이 낮았던 학생에게 서류 평가 점수를 높이 부여했다. 평가위원 E는 평가 마지막 날 평가시스템에 접속해 1분 동안 지원자 31명 중 6명의 점수를 수정했다. 이들 6명은 모두 합격했다. 평가위원 F는 지원자 9명에게 일괄적으로 만점을 줬고, 이 가운데 8명이 합격했다.
연세대 체육특기자 평가는 ‘날림’이었다. 서류평가에서 평가 기준에 없는 ‘포지션’을 고려해 점수를 매겼다. 체육특기자 지원 학생 126명 평가를 70여분 만에 마친 평가위원도 있었다. 지원자 한 명을 평가하는 데 불과 30여초가 걸림 셈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행정감사만으로 금품 수수 등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