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주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위원장이 ‘시간·구간·수요별 다양화’라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요금체계의 ‘청사진’을 내놨다. ‘국민 선택권 확대’ 기조를 토대로 GTX 요금을 다양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반 광역버스에 비해 GTX 요금이 더 비싸 광역교통망으로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정부 고위 관료가 GTX 요금체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 20일 세종시에 있는 대도시권광역교통위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출퇴근시간 같은 혼잡 시간대에는 GTX 요금을 조금 더 비싸게 받고, 오전 10시 이후 한가한 시간대 요금을 내려 수요를 분산하는 게 중요하다”며 “출발시간 선택 요금제, 목적지 선택 요금제, 구간대별 정기권 등 다양한 요금 정책을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출범한 대도시권광역교통위는 5개 대도시권(수도권, 부산·울산·경남권, 대전·세종권, 대구권, 광주권) 광역 교통계획 수립 권한을 가진 기구다. 국토교통부와 함께 GTX A·B·C노선의 요금, 운영체계도 결정한다.
최근 경기연구원은 ‘GTX 2라운드의 과제와 해법’ 보고서를 통해 “GTX A노선이 재정사업이 아닌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요금이 기존 광역철도나 버스보다 배 이상 높게 책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국토부는 GTX A노선 파주 운정~서울역 구간의 요금을 3700원으로 추산한다. 같은 구간을 운행 중인 M버스(2400원)보다 50% 이상 비싸다. 향후 건설비용이 추가 반영되면 요금이 더 뛸 수 있다. BTO 방식이라 민자사업자가 운영기간에 투자비를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요금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종 요금에는 개통 시점까지의 물가상승률도 반영된다.
이에 최 위원장은 “GTX A~C노선이 모두 완성되면 하루 수요가 75만~125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 2호선의 수요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수요가 많으면 요금을 더 낮출 수 있다. 예를 들어 한적한 시간대에는 2500~2700원으로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 ‘GTX 급행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최 위원장은 “서울지하철 9호선의 급행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며 “GTX 운영 초기에는 모든 역에 정차하게끔 하겠지만 추후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는 여러 종류의 급행열차를 도입하겠다”고 설명했다.
대도시권광역교통위가 GTX·민자고속도로 건설 등 수도권 교통 핵심 사업을 관리할 권한이 없어 ‘반쪽짜리’가 아니냐는 지적에 최 위원장은 “건설 자체는 수년 내에 끝나지만 운영체계는 수십년 간다. 대도시권광역교통위는 그 체계를 짜는 핵심 역할을 한다”고 반박했다. GTX B·C노선은 예비타당성조사, 기본계획 수립이 각각 진행되고 있어 사업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우선 국토부가 전담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장기적으로는 업무 이관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의 첫 번째 발표 성과는 ‘출퇴근시간 단축’이 될 전망이다. 그는 “수도권에서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데 90분씩 걸리는 경우가 있다. 장시간 출퇴근으로 개인 생활을 포기하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출퇴근시간을 20% 이상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수도권 교통의 환승 평균 소요시간이 8분 정도인데 4분 미만으로 줄이는 게 목표다. 지방자치단체 현안인 지역별 환승센터 건설을 조기에 완료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