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서해 수호의 날’을 “불미스러운 남북 간 충돌, 천안함 이런 것들 포함, 다 합쳐서 추모하는 날”이라고 답변했다. 불미스러운 충돌이란 표현에 야당 의원이 “도발이냐 충돌이냐”고 거듭 묻자 정 장관은 “북한의 도발로 인해 충돌이 있었다”고 정정했다. 정 장관이 거듭된 질문에 좀 수정하긴 했지만 첫 답변 내용은 국방장관으로서 아주 부적절하다. 대한민국 국군의 대표인 국방장관의 인식에 상당한 우려와 실망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심히 유감스럽다.
서해 수호의 날은 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 도발에 맞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장병들을 추모하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3월 네 번째 금요일)이다. 정 장관 말대로라면 연평해전과 천안함에서, 연평도 포격으로 목숨을 내준 우리 장병들은 별로 아름답지 못한 뜻하지 않은 충돌로 희생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 사고사인가. 국방장관으로서 할 표현이 있고 아닌 것이 있다. 이러니 늘 북한에 저자세라고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된다.
국군을 대표하는 민간인 신분의 국방장관은 물론 내각의 일원이다. 선거에서 선출된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령과 정부 정책에 부응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지금은 평화 공존 정책으로 남북, 북·미가 대화를 하는 국면이기도 하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장병들을 희생시킨 북한의 도발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국방장관이 그런 말을 하면 어느 누가 나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는가. 그런 표현은 정치·외교 영역에서나 나올, 그것도 수사적 용어일 뿐이다. 군은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존재하는 최후의 집단이고, 군사대비 태세만큼은 한 치의 빈틈도 없어야 한다.
국방장관은 내각 구성원 이전에 군을 통솔하는 최고위직이다. 군의 존재 이유를 국민들이 느낄 수 있게끔 해야 하고, 강군을 유지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국방부 대변인이 이 발언 다음 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은 명백한 북한의 도발”이라고 해명했다. 대변인 해명으로 슬쩍 넘어갈 건가. 장관이 공식적으로 분명히 규정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사설] 국방장관의 어이없는 답변
입력 2019-03-22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