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0일 진행한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과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한 야당의 지적이 쏟아졌다. ‘완전한 비핵화는 국제 사기’ ‘3따(미국 중국 일본으로부터 따돌림) 외교’ 등의 날선 비판이 나왔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북·미 회담이 비핵화를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남북 경협 준비를 당부했다.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불발과 관련해 “총체적인 외교안보 무능이 드러났다. 회담 자체가 총체적 결렬인데 무슨 성과가 있었느냐”고 따졌다. 특히 북한의 제재 위반 사례로 지목된 벤츠 차량에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동승한 것에 대해 “대통령은 평양에서 벤츠 리무진 차량을 탈 때 대북 제재 위반인 점을 인식하지 못했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탑승 자체가 제재 위반은 아니다”고 했다.
같은 당 윤상현 의원은 “김정은은 지난 1년간 비핵화와 관련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고, 핵무기를 6개나 늘렸다”며 “미국은 안 믿는다고 하는데 우리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믿는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고 속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완전한 비핵화는 국제 사기다. 문재인정부가 이 사기에 보증을 선 것”이라고 질타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단정하는 것도 섣부르다.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에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효상 한국당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5, 6월 일본을 두 차례 방문하는데 한·미 간 공조가 절실한 시점에 한국엔 안 들른다. 이게 말이 되는 외교냐”며 “문 대통령이 일본을 찾아가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청와대가 제안한 ‘굿 이너프 딜’(충분한 수준의 합의)에 대해서도 “이렇게 한가한 작문을 할 때인가”라고 질책했다.
반면 여당의 진단은 달랐다.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 초안에는 북·미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 인도적 지원 등이 담겼다”며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상반기에 남북한을 동시에 방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총리는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며 “시 주석의 상반기 외교 행보에 대해 일본과도 모종의 협의가 있는 것으로 안다. 남북한도 마찬가지다. 순서와 시기에 주목한다”고 답했다.
같은 당 김경협 의원은 “미국의 무기 장수와 일본 극우세력, 국내에서 이들과 보조를 맞춰 온 세력들이 평화 무용론을 퍼뜨리고 있다”며 “비핵화는 목적이고 제재는 비핵화를 위한 수단이다. 필요할 때마다 수단은 유연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제재 완화는 한·미 간,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정부는 언제 하노이 회담의 무산 징후를 파악했느냐”고 묻자 이 총리는 “회담 전에 잘 안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내부에서 공유하고 있었다. 북·미 실무협상에서 연락사무소, 종전선언, 인도적 지원 등은 상당히 진척됐는데 비핵화와 관련해선 진전이 없었다”고 답했다.
임성수 김성훈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