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열발전소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열을 활용한 전력생산을 상용화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테스트베드’였다. 지열발전은 유럽 미국 등에서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으며 급성장하고 있다. 다만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위험성도 해외에서 여러 차례 보고됐었다. 그런데도 사업단은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서둘렀다. 전문가들은 자원개발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고 물 주입 작업이 이뤄진 데에서 원인을 찾는다.
포항지열발전소 사업은 2010년 12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국책연구과제 일환으로 시작됐다. 넥스지오가 사업을 주관하고 지질자원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 서울대학교, 포스코, 이노지오테크놀로지 등 연구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목표는 EGS(Enhanced Geothermal System·인공저류지열시스템)를 활용한 지열발전의 상용화였다. 지열발전은 4~5㎞ 지하에 물을 주입해 암반의 열로 데우고, 이때 발생한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는 방식이다. 온실가스나 오염물질이 거의 배출되지 않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았다.
포항지열발전소는 2016년 6월 1차 설비가 완공됐다. 문제는 지하 암반에 물이 통과할 공간을 마련하는 작업이었다. 사업단은 암반을 뚫기 위해 지나치게 강한 압력으로 물을 주입했다.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의 여인욱 전남대 교수는 20일 “포항지열발전소에는 총 2개의 지열정 중 문제가 된 ‘PX-2’에서는 물 주입압력이 89㎫까지 올라갔다. 20㎫ 안팎이었던 ‘PX-1’보다 훨씬 강한 압력이 주어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업이 2017년 11월 5.4 규모 지진을 일으켰다.
포항지진은 2006년 12월 스위스 바젤 지열발전소에서 발생한 지진 사고와 유사하다. 암반보다 높은 압력으로 물을 주입한 데 따른 사고였다. 스위스 정부는 2009년 12월 ‘바젤 지열발전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사업단은 이런 위험성을 얼마나 인지하고 있었을까. 고려대 이진한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당시 시추경험이 없는 중국 업체가 굉장히 고압으로 물을 주입하는 작업을 했다”며 “사업단이 위험성을 간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에 실패할 경우 지원비를 돌려줘야 하는 연구·개발(R&D) 방식이 사업단을 무리하게 만든 이유라는 지적도 나온다.
물 주입 직후 지진이 잇따르던 시점에 제대로 점검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2017년 4월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했지만 사업단은 3개월 만인 7월 발전소를 재가동했다. 11월 지진이 발생하고서야 사업은 중단됐다. 이는 피해주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정승일 차관은 “사업 진행 과정이 절차적으로 적절했는지 여부는 확실하고, 엄중하게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일단 포항지열발전소 사업을 중단키로 했다. 발전소 용지는 전문가와 협의를 거쳐 안전성이 확보되는 방식으로 원상 복구할 방침이다. 국내에는 포항을 제외한 지열발전소는 아직 없다. 울릉도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지만, 실제 사업이 추진되지는 않았다.
지열을 활용해 인근 지역에 난방수를 공급하는 지역난방사업은 있지만 지열발전소와는 개념이 다르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지열난방수 공급 설비는 지반을 약 200m가량 뚫어 난방수를 확보하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방식이고, 지진 유발 가능성도 없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