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엔과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 주재 자국 대사를 갑작스레 본국으로 소환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 대사를 한꺼번에 소환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비핵화 입장과 관련해 뭔가 중요한 결정을 앞뒀거나, 위성 발사와 같은 도발을 강행하기 위한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지난 19일 동시 소환한 주요국 대사에는 지재룡 주중대사와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대사, 김형준 주러대사가 포함됐다. 북핵 문제 협의체였던 6자회담 당사국 가운데 대사관이 없는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 대사들이 전부 귀국한 것이다. 북한의 이런 조치에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여러 관측이 나오기 때문에 주시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외교가에서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최대 현안인 만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장을 조기에 정리하기 위한 차원일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통상 해외 공관에 통지문을 통해 정부 지침을 하달하는데, 대사를 직접 부른 것은 유엔과 중국, 러시아 등 비핵화 협상 당사국의 사정을 제대로 듣고 대응책을 세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인 대사들이 다음 달 초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 참석차 귀국했다고 해도 한번에 들어오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대사들과 대면해 비핵화 결정과 관련한 심도 있는 토론을 벌일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를 이달 중 조기에 개최하고 비핵화 입장도 빠르게 정리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위성 발사’ 강행을 위해 사전작업을 벌이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북핵 협상 관련 당사국 대사를 모두 불러들였다는 것은 좋지 않은 징조”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위성 발사 재개 시 유엔의 추가 제재 결의 가능성과 중국 및 러시아의 반응을 미리 파악해야 하는데, 이를 논의하기 위한 소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는 ‘포스트 하노이 외교전’을 대비해 상세한 지침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위성 발사 후 중국과 러시아, 유엔을 상대로 우주 이용에 대한 자유권을 주장하기 위한 회의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긍정적 전망도 없지는 않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에서 강경 메시지를 발산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로 북한 헌법에 명시된 ‘핵 보유국’ 표현을 삭제함으로써 미국과의 대화 재개에 시동을 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