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어류양식업자 숫자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늘었다. 양식 규모 확대의 영향도 있지만 최근 농림어업 일자리 증가와 연관이 있다. 고용한파 속에서 농림어업 취업자는 ‘나홀로 증가세’를 보인다.
하지만 의문점이 많다. 기울던 산업이 활기를 찾아 일자리가 늘었다면 반가운 일이지만 속살을 보면 다르다. 농림어업에서 증가한 취업자의 약 절반은 무급으로 일을 돕는 ‘가족’이다. 이런 까닭에 정부도 왜 농림어업에서 일자리가 증가했는지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한다. 다만 농부·어부의 평균 연령 변화, 전업농인 귀농·귀어가구가 아닌 소일거리를 하는 ‘귀촌 부부’에서 미스터리를 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매년 감소하던 농림어업 취업자 수는 2017년 이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11만7000명 증가하며 총 취업자 수 증가폭(26만3000명)의 44.5%를 차지했다. 사실상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사양산업 혹은 제자리걸음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농림어업의 ‘일자리 활약’은 전문가들조차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일단 통계청은 농림어업에서 늘어난 취업자 수의 절반가량은 ‘무급 가족종사자’라고 분석한다. 특히 60대 여성이 많은 것으로 본다. 매월 발표하는 통계청 고용동향은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체에서 주당 18시간 이상 돈을 안 받고 일을 하면 ‘취업자’로 인식한다. 결국 배경엔 농부·어부인 가구주를 돕는 가족이 있는 셈이다. 이들을 질 좋은 일자리 종사자로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일종의 ‘통계 착시’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농림어업을 돕는 가족들은 왜 갑자기 늘었을까. 3가지 원인이 꼽힌다. 첫 번째는 농림어업 가구의 고령화다. 2017년 기준으로 전체 농가의 41.9%는 경영주 나이가 70세 이상이다. 어가 경영주의 평균 연령도 63.7세에 이른다. 경영주의 평균 연령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일하기 힘들어지는 경영주를 가족이 돕고 나섰다는 분석이다. 60대 이상인 아내 또는 엄마들이 일을 도와 취업자로 잡히는 사례도 많을 수 있다. 농어가의 평균 가구원 수는 약 2명이다.
‘귀촌 부부’도 하나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최근 몇년간 농림어업을 생업으로 삼는 귀농·귀어가 부상했다. 하지만 농림어업 취업자 수가 증가하기 시작한 2017년에 귀농·귀어가구 증가세는 되레 꺾였다. 귀농가구는 전년 대비 1.9%, 귀어가구는 2.5% 줄었다. 다만 귀촌은 상황이 다르다. 생업이 아닌 전원생활을 위해 시골로 내려간 귀촌가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17년 귀촌가구는 33만4129가구로 1년 전보다 3.6% 증가했다.
귀촌가구는 전업농이 아니지만, 수입을 목적으로 통계 조사기간에 1시간 이상 일을 하면 ‘취업자’로 잡힌다. 시골에서 소일거리를 하면 취업자로 인식되는 것이다. 아울러 남편이 소일거리를 하고 아내가 주 18시간 무급으로 일을 하면 귀촌 부부 2명이 모두 취업자가 된다. 귀촌가구의 평균 가구원 수는 1.49명이다.
‘저수지 효과’도 있다. 농림어업 종사자들은 이탈이 적은 편이다. 전체 농가 경영주의 75.2%는 경력 20년 이상이다. 기존 종사자의 이탈은 없고 새로운 귀농·귀어·귀촌가구가 유입되면서 전체 취업자수가 누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 착시를 고치지 않는 한 완벽하게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정확한 원인을 찾는데 통계청 자료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