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와 조선의 지배권을 두고 러시아와 일본이 벌인 러일전쟁 중 러시아 카자크 기병들이 떼로 몰려와 조선의 마을을 약탈하는 장면이다. 그림을 그린 프랑스인은 동맹국인 러시아의 편에서 카자크인의 뛰어난 기마술과 용맹성을 부각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새끼 돼지, 오리와 같은 가축들이 기병들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있다. 조선인들이 병사들의 기세에 놀라 나자빠진다.
화보집 ‘주르날 제국주의’에는 1850~1937년 ‘르 프티 주르날’ 등이 발행한 화보 신문에 소개된 컬러 삽화 400여점이 실려 있다. 당시 신문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중계했다. 신문을 통해 식민지 소식이 본국으로 전해지고, 본국에서 만들어진 신문이 식민지 곳곳으로 퍼져나가던 시절이다.
서구 유력 일간지들은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화보가 실린 신문을 선보였다.
신문들은 첨단 기술인 석판 인쇄로 화려하고 생동감 있는 컬러를 구현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책에는 프랑스 외교관을 접견하는 황제의 완고한 표정, 러시아와 일본의 조선에서의 첫 교전인 정주 전투, 변발을 자르는 중국인들 등 다양한 장면을 보여준다. 중국과 조선의 민중을 문명화돼야 할 야만적 존재 또는 나약한 인간으로 그려 제국주의적 시선이 느껴진다.
어쨌든 삽화는 일상의 변천에 관한 구체적인 기록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정치사와 예술사의 참고 자료다. 역사적 사건과 민중의 사소하고 자질구레한 일상이 그림으로 남겨져 약 1세기 전 아시아의 이미지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화보 신문은 초판이 2000부에 불과해 남겨진 이 삽화들은 상당히 진귀한 것이다.
강주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