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실무협상 대표를 배제하고, 정보기관 수장들과 외교안보 참모들의 경고를 묵살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의 통제권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협상 주도권을 더욱 세게 쥐려 하고 있으며, 북한의 핵프로그램 폐기와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 교환이라는 ‘빅딜’을 자신이 이뤄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타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북·미 실무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최근 뉴욕에 있는 유엔 북한대표부와 물밑대화 채널을 복원하기 위해 펼치는 노력을 막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앙정보국(CIA)과 국무부·국방부 등 정부기관들이 ‘북한은 결코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도 묵살하면서 “나와 김정은 위원장이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이 핵을 고수할 것이라는 미국 관계기관들의 만장일치된 평가를 보고하려 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은 내 친구’라는 말만 계속했다”고 말했다. 행정부 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톱다운’ 방식에 계속 의존하고, 김 위원장과의 개인 관계로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대해 의심과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북핵 협상을 이끌어 나간다는 고집 때문에 정부 관계자들은 물론 한국 일본의 카운터파트들도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의 합의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고하는 데 대해 일본 측이 우려하고 있다고 타임은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결정에 대한 대응방안을 은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미국 관리들은 인공위성과 레이더, 전자장비 등을 이용해 북한 내 여러 지역의 활동을 감시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북한이 다음 단계에 어떤 액션을 취할지를 알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원 움직임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이 위성을 발사할 가능성은 인정했다.
위성 발사는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보다는 덜 도발적인 행동으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러나 위성 발사도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도이기 때문에 강경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핵실험·미사일 발사가 북·미 대화의 자살행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이 실제로 위성을 발사했을 때 어떤 대응을 할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강경 대응과 외교적 노력 중에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지금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위기가 고조됐을 때 미국의 대응은 외교적 해법이 가능한지 여부를 결정짓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