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S인터내셔널 대표인 주대준(사진)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는 이런 현실이 몹시 안타까웠다고 한다. 역사학자도 아닌 그가 초창기 선교사들이 한국에 미친 선한 영향력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확인하며 ‘100년의 이야기’란 책을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 동작구 CTS인터내셔널 사무실에서 20일 만난 그는 “30여년 만에 처음 입술이 부르텄다”며 운을 뗐다. 지난 3년간 책을 준비하면서 특유의 열정과 정성을 모두 쏟아부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대한민국 역사의 근간은 복음을 통해 시작됐는데 그 사실을 일반인은 물론 기독교인들도 너무 모른다”고 말했다. 수십년간 교회와 특히 청소년을 상대로 특강하면서 이 같은 현실을 뼈저리게 인식했다. 그는 “우리 세대만 해도 학교에서 기독교의 전래과정과 선교사들의 업적 및 활동상을 조금이나마 배웠는데 지금은 역사 교과서에도 제대로 소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기독교인은 물론 다음세대에 꼭 알려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그의 간증을 자주 접했던 권태진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에게서 “꼭 책으로 남기라”는 격려를 들었다. 이에 힘입어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직접 글을 쓰게 됐다.
그는 “복음의 권능은 나 같은 한 사람의 영혼만 구한 것이 아니라 한 민족의 의식을 바꾸고 한 국가의 틀을 개조시켰다”고 말했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과정에서 독일어 성경 번역이 당시 언어 환경과 인쇄술 등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선교사들의 성경 번역이 한글 대중화를 불러왔다는 것부터 설명했다. 그는 “한글이 천민 계층까지 보급되지 못하고 있을 때 선교사들은 성경을 한글로 번역했다”며 “읽기 쉬운 한글이 결국 복음을 실어나르는 고속도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책에서 그는 캐나다에서 온 제임스 게일 등 선교사들의 성경 번역 과정을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들려준다. 이어 ‘해방 직전까지 한글을 공공 용어로 사용한 곳은 교회뿐이었다’고 한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의 연구 등 관련 자료를 토대로 이 같은 내용을 설득력 있게 논증해나간다.
이 밖에 백정 등 신분에 따른 차별 철폐, 성차별 풍습 폐지, 한센인 돕기, 서양 의술의 도입, 결핵 퇴치, 언론과 출판에의 공헌, 독립운동의 산실 역할, 감자와 딸기 등 새 채소와 과일의 전래 등에 기독교와 선교사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들려준다. 청소년도 읽기 쉽도록 친근한 이야기체로 풀어내며 눈길을 끄는 삽화까지 더했다.
주 장로는 오는 26일 책 출간을 기념해 북콘서트를 갖는다. 그는 “책을 쓰면서 복음이 없었더라면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못했겠구나 생각했고, 하나님께서 이 땅을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다시금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이 자기 정체성이 무뎌진 이 땅의 크리스천들에게 선교사명을 일깨워주길 바란다”며 “열방의 선교 현장으로 나가거나 일상에서 선교사를 지원하는 것 모두 중요한 사역”이라고 역설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