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난장판속 메이, EU에 연기 요청

입력 2019-03-20 19:09 수정 2019-03-20 23:09
사진=AP뉴시스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연기를 요청하는 영국에 “확실한 계획”을 가져오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영국은 브렉시트 연기 기간을 놓고 내각과 의회 정파별로 다양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혼란이 더해지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탈퇴 시한을 기존 3월 29일에서 3개월 연장해 달라고 EU에 공식 요청했다.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20일(현지시간) 하원 총리 질의응답에서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브렉시트를 오는 6월 30일까지 연기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21∼22일 EU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연기가 논의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브렉시트 연기에는 EU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 가결을 위해 세 번째 하원 승인투표를 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영국 정부와 EU는 브렉시트 합의안을 지난 1월과 이달 12일 두 차례 하원 표결에 부쳤으나 모두 부결된 바 있다.

전날인 19일 열린 내각 회의에서는 메이 총리의 기존 제안대로 3개월 연기한 뒤 6월 30일 브렉시트를 시행하자는 입장과 1년 이상의 긴 연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내각 내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브렉시트가 6월 이후로 미뤄진다면 전부 사표를 쓰겠다고 메이 총리에게 통보했다. 의회에서는 의견이 더욱 갈려 소프트 브렉시트를 먼저 시행하는 방안, 6월 30일 브렉시트를 단행하되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의 안전장치(Backstop) 기한은 2년으로 제한하자는 방안, 브렉시트를 1년 이상 연기한 뒤 제2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이 제기됐다. 집권 보수당의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메이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영국 하원은 지난 13일 투표에서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를 하지 않기로 했고, 14일 투표에서는 브렉시트 연기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메이 총리는 19일 또는 20일 세 번째 브렉시트 합의안을 표결에 부쳐 의회를 통과할 경우 6월 30일까지 EU를 탈퇴하고, 부결된다면 탈퇴 시점을 그 이후로 미룰 예정이었다. 하지만 18일 존 버커우 하원의장이 세 번째 표결에 부치는 브렉시트 합의안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으면 승인투표 개최를 허가하지 않겠다고 나서면서 답답한 상황이 펼쳐지게 됐다.

미셸 바르니에 EU 수석대표는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브렉시트 연기는 브렉시트 합의문의 비준 가능성을 높일 때에만 의미가 있다”면서 “EU의 회원국 정상들이 브렉시트 연기 이유와 유용성 등을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르니에 대표가 언급한 정치 프로세스는 브렉시트 연기 대가로 영국의 조기총선이나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 또는 새로운 초당파적인 이니셔티브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설명했다. 지금 상태로는 EU 27개 회원국이 브렉시트 연기를 찬성할지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