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금고지기가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자체 자금 관리와 운용 등을 위해 특정 금융회사와 계약을 맺는 게 ‘지자체 금고’ 지정 제도다. 올해 금고 운영권을 다시 결정하는 지자체는 대구와 울산, 전북 전주 등 40여곳에 이른다. 지자체 금고는 그동안 해당 지역에 기반을 둔 지방은행과 NH농협은행이 주로 양분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국 규모의 은행들이 지방으로 눈을 돌리면서 유치전이 뜨겁다.
일부에선 소송으로 번지기도 했다. 지난해 말 농협은행은 30년 넘게 맡아온 광주 광산구 금고를 KB국민은행에 넘겨야 했다. 국민은행이 농협은행보다 더 많은 출연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법정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은행들이 지자체 금고 쟁탈전에 나서는 배경에는 ‘실적’이 자리 잡고 있다. 당장 지자체 금고지기가 되면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이르는 세입·세출과 자금을 관리하게 된다. 시·군·구청사에 자사 브랜드를 홍보하는 효과 등도 있다. 여기에다 공무원을 비롯해 지자체 유관기관의 잠재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이점이 따라붙는다. 상대적으로 안정적 환경에서 상품 판매 등이 가능해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차체 금고 유치는 상징적인 효과도 크다”면서 “수도권에 비해 지점이 적은 경우 지역거점으로 삼을 수 있다. 이는 중요한 영업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나서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해야 하는 은행으로선 지자체 금고가 중요한 시장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은행의 경쟁이 지나치게 뜨거워지자 정부가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20일 ‘지자체 금고지정 기준(예규)’ 개정안을 마련해 추진한다고 밝혔다. 과당경쟁을 막고 투명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은 지자체 금고를 선정할 때 협력사업비(출연금)를 과다 출연하는 문제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협력사업비는 금고 은행이 지자체 자금을 대신 운용해주고 투자수익 일부를 출연하는 일종의 리베이트다. 개정안은 협력사업비 평가배점을 현행 4점에서 2점으로 낮추기로 했다. 대신 금리 배점을 15점에서 18점으로 늘려 출연금이 아닌 이자경쟁을 유도키로 했다. 입찰에 참여한 은행의 순위와 총점을 모두 공개하고, 금고 선정 과정에서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설문조사 등을 통해 주민의견도 반영키로 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