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그만둬야 하나 했는데…” 봄배구 꽃 피운 강소휘

입력 2019-03-20 20:10 수정 2019-03-20 23:01
GS칼텍스의 강소휘가 1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이날 강소휘는 자신의 이번 시즌 최다 득점(31점), 공격 득점(26점), 블로킹(3개) 기록을 새로 썼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생애 처음 맞이한 봄배구에서 강소휘(22)는 자신의 이름(소휘·昭輝)처럼 밝게 빛났다. 한국도로공사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강소휘는 자신의 이번 시즌 최다 득점(31점), 공격 득점(26점), 블로킹(3개) 기록을 새로 썼다. 소속팀 GS칼텍스는 플레이오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아쉽게 졌지만 그는 큰 경기에서 강한 슈퍼스타의 자질을 입증했다. 강소휘는 기억에 남을 시즌을 마친 소감을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로 전했다.

플레이오프 3경기 내내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탈락해서인지 강소휘의 목소리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GS칼텍스는 전날 도로공사와의 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에서 1, 2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세 세트를 내리 내주며 패했다. 강소휘는 “한 세트만 더 이기면 됐는데, 뒤로 갈수록 다리가 무거워져 점프가 마음대로 안 됐다”며 “많이 허무하고 속상했다”고 털어놓았다. 외국인 공격수 알리가 무릎 통증으로 플레이오프에서 빠지며 부담감도 컸다. 강소휘는 “알리 몫까지 더 많이 때리려고 노력했다. 평소보다 집중해서 한 발짝 더 뛰었다”고 말했다.

플레이오프에서 강소휘는 경기당 평균 25점 넘게 터뜨리며 팀을 이끌었다. 2차전과 3차전(27점)에는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다. 강소휘의 압도적인 활약 덕에 GS칼텍스는 최종 3차전까지 승부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는 “1차전 때는 긴장됐는데 뒤로 갈수록 괜찮아졌다. 몸도 매우 가벼웠다”고 말했다. 큰 무대에서도 떨지 않은데 대해 강소휘는 “엄마가 배짱이 장난 아닌데 이를 꼭 빼닮은 듯하다”고 웃었다.

피날레의 활약은 멋졌지만 사실 강소휘의 이번 시즌은 다사다난했다. 리그 초중반에는 시합에 집중하지 못하고 헤맸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이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지난해 여름 국가대표팀에 차출됐던 게 독이 됐다. 강소휘는 “대표팀에 다녀와서 자신감이 바닥을 쳤다. 리시브 실수가 잦았고 보여준 것이 많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너무 많이 울어 눈물이 나오지 않을 만큼 스트레스를 받았다. “배구를 그만둬야 하나” 생각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복근 부상까지 겹쳤다.

슬럼프에는 동료의 위로가 특효약이었다. 강소휘는 “(김)유리 언니나 (표)승주 언니가 괜찮다고 토닥여줘서 버틸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쇼핑과 맛있는 음식도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됐다.

흔들린 만큼 성장한 강소휘는 배구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오롯이 배구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플레이오프를 갓 치러낸 강소휘의 다음 목표는 챔피언결정전 진출과 우승이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