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낙관론이 우세하던 미·중 무역협상에 난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관세 철폐와 지식재산권(IP) 보호 정책 등을 놓고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노딜’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다음 주 미·중 협상단이 고위급 회담을 재개하지만, 다음 달 말까지 최종 타결에 이르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오는 25일 전후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다. 그다음 주에는 류허 부총리 등 중국 협상단이 미국 워싱턴을 찾을 계획이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 마감시한을 연장했던 지난 1일 이후 첫 번째 공식 만남이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 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은 WSJ에 “(미·중 무역협상은) 막판에 접어들었다”며 “협상이 진전을 보인다면 다음 달 말이나 그보다 한 달 뒤에 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지난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었다.
그러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복수의 당국자들을 인용하며 “중국이 ‘관세 철폐’에 대한 미국 측의 확답을 받지 못하면서 협상 중단 등 강경한 자세로 돌아섰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은 관세 철폐 속도를 놓고 다른 관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은 관세 부과 취소를 이른 시일 내에 명문화하길 원하는 반면 미국 측은 중국의 의약품 관련 IP 보호 조치 등을 지켜본 뒤 관세를 철폐하겠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협상단은 중국이 갑자기 협상을 중단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다 미·중 무역협상의 종착역이 될 정상회담 일정은 표류 중이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열리길 희망한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고위급 협상에서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정상회담 일정도 차일피일 지연되고 있다.
시 주석은 오는 21일부터 이탈리아와 모나코 프랑스 등 유럽 3개국 순방에 나선다. 유럽 국가들을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의 우군으로 포섭해 경제협력 관계를 넓히고 미국 견제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정상회담이 오는 6월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