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신임 헌법재판관으로 문형배(54·사법연수원 18기)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와 이미선(49·사법연수원 26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이 후보자가 임명되면 이선애·이은애 재판관과 함께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 재판관 3명이 동시에 재직하게 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헌법재판관 구성 다양화라는 시대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성별·연령·지역 등을 두루 고려해 두 분을 지명했다”며 “특히 이 후보자가 임명되면 헌법기관 여성 비율이 30%를 넘는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게 된다”고 말했다.
경남 진주 대아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문 후보자는 부산지법·부산고법·창원지법 등을 거쳐 부산가정법원장을 역임했다. 부산 학산여고, 부산대 법대를 졸업한 이 후보자는 서울·청주·수원지법 판사를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지냈다.
김 대변인은 “문 후보자는 평소 ‘억울한 사람이 마지막으로 기댈 곳이 법원’이라며 부정부패를 엄벌하고 노동사건, 아동학대, 가정폭력 등에서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존중했다”고 임명 배경을 밝혔다. 이어 “이 후보자는 유아 성폭력범에게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피해자 부모와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형 감경 사유를 인정하지 않고 실형을 선고해 여성 인권보장 디딤돌상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부터 꾸준히 노동법 분야에 대한 연구를 하며 노동자의 법적 보호 강화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서도 노력해 왔다”고 덧붙였다.
두 후보자는 다음 달 19일 퇴임하는 조용호·서기석 재판관 후임이다. 문 대통령이 재판관을 지명한 것은 2017년 10월 유남석 현 헌법재판소장 이후 두 번째다. 이 후보자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면 전체 9명의 헌법재판관 중 3명(33.3%)이 여성으로 채워지게 된다. 문 대통령은 ‘여성 장관 30% 시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현재 내각의 여성 장관 비율은 18명 중 4명(22.2%)에 머무르고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