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게 방글라데시 땅을 밟아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보람을 찾고 더욱 용기 낼 수 있었어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근교의 시골마을에 세워진 꼬람똘라병원의 이석로(56) 원장은 20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라며 자신을 한껏 낮췄다.
이 원장은 낮은 곳에서 26년째 의술과 봉사를 펼쳐온 공로를 인정받아 이날 대한의사협회와 보령제약이 공동 수여하는 35회 보령의료봉사상 대상을 받았다.
꼬람똘라병원은 1992년 한국의 기독교병원연합단체인 콤스(KOMMS)가 세웠다. 다른 병원에 비해 값싼 치료비와 높은 수준의 의술, 친절함 덕분에 연간 7만명이 넘는 환자가 찾는다.
전남대 의대를 졸업한 이 원장은 1994년 전공의를 마친 후 의사로서 꼭 경험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3년을 목표로 아내, 18개월 아들과 함께 방글라데시로 건너갔다. 순박하고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그들에게 마음 한 곳을 내주며 보낸 세월이 어느덧 25년이나 됐다.
이 원장은 의료 봉사 이외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사역에 힘썼다. 마을이나 학교에 공동 우물을 파는 사업을 벌이고 21개 마을의 산모들을 관리하며 안전한 분만을 도왔다. 150명이 넘는 청년들에게 장학금도 지원했다. 수혜자 중엔 병원에 돌아와 일하거나 치과의사가 돼 전남대병원에서 수련받는 청년도 있다.
이 원장은 “빈민가 아이들을 모아 가르치기도 하는데, 상당수가 주위 학교로 진학해 좋은 성적을 얻는 덕분에 갈수록 유명세를 타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병원에는 마을 개들이 먹을 것을 찾아 자주 오는데, 새끼 개가 오가다가 다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마다 어미 개는 아파하는 새끼 개의 상처를 자신의 혀로 핥아줍니다. 아마도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겠죠.”
이 원장은 “제가 할 수 있는 것도 어미 개와 같이 별거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저 환자들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관심을 갖고 대하는 것이 환자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원장에게는 상패와 순금 10돈의 메달, 상금 5000만원이 수여됐다. 보령의료봉사상은 1985년 묵묵히 참의사상을 구현하며 인술을 펼치는 의사들의 뜻을 기리고자 제정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