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人災가 돼버린 지진… 위험 관리에 만전 기하라

입력 2019-03-21 04:01
사상 초유의 수능 연기 사태를 부른 재작년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소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재(人災)가 넘쳐나는 나라에서 급기야 지진마저 인재가 됐다. 그것도 지열발전이 유발한 지진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라고 기록될 판이다. 종전 기록은 2006년 스위스 바젤에서 발생한 규모 3.4의 지진인데 포항은 5.4였다. 지열발전은 이명박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따라 2010년 국책사업으로 시작됐다. 강릉 석모도 제주도 울릉도 등 5곳 후보지 가운데 포항이 선정됐고 정부 예산과 민간 자본을 투입해 발전소를 지었다. 지진 당시 90% 완공된 상태였다. 지하 4㎞까지 구멍을 뚫어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작업이 2016년부터 반복됐다. 물을 주입할 때 발생하는 압력이 작은 규모의 미소지진을 일으키며 단층대를 활성화시켜 대형 지진을 촉발했다. 이런 원인을 조사해온 정부 연구단은 “지진이 일어나기 전과 후의 포항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유사한 자극이나 변화가 생길 경우 다시 지진이 찾아올 수 있는 땅이 됐다는 뜻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다. 지열발전소를 폐쇄한 뒤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정부는 원상복구와 함께 위험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인재의 재발을 막으려면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부터 명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지열발전은 땅속 온도가 높은 곳에서 할 수 있다. 그런 곳은 지진·화산대와 근접한 경우가 많다. 사전에 정밀한 지질조사를 벌여 단층 상태를 충분히 확인하고 시작해야 하는 일이다. 더구나 한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사업이라 노하우도 부족한 상태였다. 조급함에 서두르다 부지 선정부터 잘못된 판단을 내렸던 것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이 사업의 진행 과정 전반을 세밀히 조사해 인재로 이어진 경위를 밝혀내야 다른 국책사업의 실패도 막을 수 있다. 많은 고통을 겪은 포항시민에게는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지진의 공포와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발전소 폐쇄와 원상복구도 안전성을 최우선에 둬야 하며 문제의 단층대를 철저히 감시하는 관리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지진에 흔들린 삶이 정상궤도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도시 재생을 위한 재정 지원 역시 신속하게 진행하기 바란다. 지열발전은 어딘가 잘못돼 재난으로 이어졌지만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는 노력이 위축돼선 안 될 것이다. 환경의 부담을 덜어주는 대체에너지 확보는 미래 세대를 위해 현 세대가 감당해야 할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