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인도네시아어로 인사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했다. 외교적으로 결례이고 국가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는 20일 실무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다며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청와대 부대변인이 기자들에게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문제제기는 없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는데 상대국의 문제제기가 없었으니 더 이상 논란을 삼지 말아 달라는 말로 들린다. 외국을 방문한 국가원수의 발언이나 행동은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참모진이 사전 조율하고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 청와대가 이런 기본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이 방문한 캄보디아를 소개하며 관련 사진들을 게시했는데 메인 사진에 엉뚱하게도 대만의 종합문화시설을 걸었다. 지난해 10월 아셈 정상회의에서는 문 대통령이 시간을 못 맞춰 정상 단체사진 촬영을 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 청와대의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청와대 직원들의 일탈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최근에는 버닝썬 사건에 연루된 윤모 총경이 지난해 민정수석실에 행정관으로 파견 나가서도 관련 인사들과 수차례 골프를 치고 식사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고 넘길 일이 아니다. 청와대는 내부 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7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이 하나같이 자격 논란에 휩싸인 것도 청와대가 기본에 충실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꼼수 증여’,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과거 막말로 구설에 올라 있고,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4차례 위장전입 이력이 문제가 되고 있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기본이 무너지면 모든 게 위태롭다. 야당 탓, 남 탓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할 때다.
[사설] 나사 풀린 청와대, 기본부터 다시 챙겨라
입력 2019-03-21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