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올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폭이 급감해 201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반도체 수출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 상품수지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골드만삭스는 올 하반기에 반도체 수출 개선이 기대되지만, 그간 누적된 재고 때문에 단가의 회복 시점이 뒤로 밀릴 수 있다고도 했다.
골드만삭스가 계산한 올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폭은 560억 달러였다. 이는 지난 1월 말 한국은행이 전망한 690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한은과 사뭇 달리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IB는 골드만삭스뿐만이 아니다. 홍콩상하이은행(HSBC)도 지난 1월 올해 한국의 경상수지를 550억 달러 흑자로 예상했다.
경상수지는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를 신뢰하게 만드는 자랑거리였다. 2015년에 1000억 달러를 넘었고, 2016년 국내총생산(GDP)의 7%에 이르렀다. 경상수지 흑자는 갖은 위기에도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게 했고, 간헐적으로 빠져나가는 외국인 자본이 이내 돌아오게 하는 힘이 됐었다. 흑자 폭이 두드러지다 보니 환율조작국 지정이 우려될 정도였다.
그러던 경상수지는 수출 위기와 함께 흑자 폭이 조금씩 줄고 있다. 1000억 달러를 넘겼던 숫자는 지난해 764억 달러로 내려앉았다.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이제 4.7%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흑자에도 국제유가의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 영향이 있었다고 진단하기 시작했다. 중·장년층 비중이 커지는 고령화도 저축률을 높여 흑자를 도운 측면이 있다.
반도체 이외 품목들의 수출 환경도 우호적이지 못하다. KDB미래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신흥국의 자국 산업 육성 정책은 새로운 수출 위협 요인이다. 석유제품의 경우 베트남과 중국의 정제시설 확충, 미국 셰일가스 기반 제품 증가로 수출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수출 구조에서도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의 중국으로 수출은 아직 중간재에 80%를 의존한다.
이에 따라 전통적 제조업의 쇄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한편 한은의 경제 전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은은 다음 달 18일 경상수지 흑자 폭 등에 대한 전망을 다시 발표한다. 다만 500억 달러대를 거론하는 해외 IB들과는 여전한 차이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20일 “새로운 정보의 습득에 따라 전망치는 수정될 수 있지만, 600억 달러를 하회할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