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연대의 역사 속 기독교 100년 반추하다

입력 2019-03-21 00:00
손승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간사가 19일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5층 청어람홀에서 ‘3·1운동과 한국교회’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기억·평화·저항·연대의 관점에서 한국교회 100년을 되돌아보는 대중집담회가 열렸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등은 19일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5층의 청어람홀에서 ‘3·1운동 100주년에-3·1운동’이란 제목의 집담회를 개최했다. 손승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간사가 ‘3·1운동과 한국교회’를 주제로 오프닝 강연을 맡았다.

손 간사는 역대 정부와 민간에서 지난 100년간 3·1운동을 기억해온 모습을 정리했다. 이승만 박정희 정권에서는 반공과 독재 강화를 위해 민족정신을 강조했으며 1998년 국민의정부로 여야 정권교체가 이뤄진 후에야 민주주의·남북화해·한일과거사청산 등이 3·1정신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민간에선 유신독재에 저항한 76년 3·1민주구국선언과 같이 민주화운동의 출발점으로 3·1운동을 기억했다. 손 간사는 “시대마다 각자 얘기하고픈 주제를 끌어와 3·1정신으로 이야기해온 형편”이라고 말했다.

‘기억’의 관점에선 김상덕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상임연구원이 “제국주의에 저항한 기억, 만세운동을 비폭력 평화적 방법으로 진행한 기억, 종교 간 연합과 포용과 연대를 이뤘던 기억으로 3·1운동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평화운동 단체 피스모모의 문아영 대표는 ‘평화’의 관점에서 “기독교가 평화의 종교가 되려면 첨예한 질문과 토론을 놓아선 안 된다”고 했다. 또 “폭력이 다가올 때 미리 알아차리고 이에 가담하지 않는 새로운 관계 만들기에 교회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항’의 관점에선 팔레스타인 출신 성공회대 유학생 바나 아부 줄루프가 이스라엘에 억눌린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이야기했다.

‘연대’의 관점에선 손원영 예술목회연구원장이 발표했다. 손 원장은 “기독교가 천도교 불교와 적극적으로 연대한 운동이 3·1운동”이라며 “교회가 민족의 고난을 외면하지 않았기에 서양 종교가 한국인의 종교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 민족의 정체성을 세운 사건이 출애굽인 것처럼, 한국교회의 정체성은 3·1운동에서 비롯된다”면서 “한국교회가 어렵다면 다시 정체성의 문제로 돌아가야 하며 3·1운동 당시 대한독립을 외쳤던 것처럼 이제는 평화통일을 위해 다른 종교와 적극 연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