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 불안한 청년 일자리 상황 반영해야”

입력 2019-03-23 04:03
제4차 국민연금 개혁이 추진되는 가운데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할 청년 연금전문가 4명이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 모였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윤영 이화여대 사회복지학 박사, 신성희 중앙대 사회복지학 박사과정생, 이다미 연세대 사회복지학 박사, 한겨레 중앙대 사회복지학 석사. 서울시 청년자치정부 추진위원회 제공

지난해 12월 14일 정부는 제4차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국민연금개혁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는 이 안을 놓고 3개월 넘게 씨름 중이다. 최종 논의 결과가 국회로 넘어가면 법 개정 절차가 시작된다.

그러나 이 과정 어디에도 ‘현재의 납부자이자 미래의 수급자’인 청년은 없다. 국민연금개혁특위에 청년대표 2명이 참여하고 있지만 기성세대, 전문가 등에 밀려 제대로 목소리를 못 내는 현실이다.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 청년 연금전문가 4명이 모였다. 이들은 개혁안에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의 불신과 청년이 처한 노동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국민일보와 서울시 청년자치정부 추진위원회는 국민연금 개혁에 관한 청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공동으로 집담회를 마련했다. 김윤영 이화여대 사회복지학 박사, 신성희 중앙대 사회복지학 박사과정생, 이다미 연세대 사회복지학 박사, 한겨레 중앙대 사회복지학 석사가 패널로 참여했다.

-정부가 제시한 4개 안 중 뭐가 청년에게 가장 와닿을까.

: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하면 청년을 대변할 안은 없어 보여요. 청년의 노후소득을 보장할 안이 없고 청년들이 얼마나 불안정한 노동시장에 있는지가 반영돼 있지 않거든요.”

: “청년을 더 생각한다면 기초연금보단 국민연금 중심으로 개혁이 이뤄져야죠. 실제 도움될 만한 크레디트, 즉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가입 기간을 인정해주는 보완책이 제시되든가 청년이 연금보험료를 얼마나 부담할지 논의됐어야 해요. 4가지 안에서 어떻게 청년의 이익을 대변할지 세부적으로 가져가야 할 것 같아요. 실현 가능성은 정부 의지에 있겠죠.”

-청년들이 보험료 인상에 부정적이란 시각이 많은데.

: “이런 지적 자체가 편향적이에요. 보험료를 올리면 미래 세대에 부담이 전가된다고들 하는데 같은 청년이라도 본인이 속한 노동시장 질에 따라 느끼는 적정 수준이 다 달라요.”

: “청년들이 보험료 인상에 부정적일거라고 왜 전제하는지 모르겠어요. 청년을 비롯해 상당수 국민이 보험료 인상에 의외로 부정적이지 않아요. 작년에 대학생 대상으로 국민연금 인식 조사를 했는데 보험료율 12~13% 수준에서 수용 가능하다는 인식을 보여줬어요. (돈을 더 내야 하니까) 감정적으로만 부정적일 뿐이지 보험료율 인상 자체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청년들한테 ‘너 (보험료) 얼마 낼 수 있어’ 하면 당연히 적게 대답하겠죠. 받고 싶은 금액은 클 거구요. 지금처럼 불안정한 노동시장에 사는 청년들이 자기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한다는 게 문제죠.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 높지 않아요. 체감하는 게 없잖아요. 정부가 국민연금의 지급보장 명문화를 추진한다고 하니까 주변 사람들이 놀라더라구요. 명문화가 없어도 사실상 국가가 책임지는건데 사람들이 이걸 모른다는 걸 저도 이번에 깨달았어요.”

: “제 친구는 자기가 국민연금 보험료 100만원 낸다고 생각하더라구요. 얼마 내는지도 모르고 9%라는 말만 듣고 있지 그 9%가 뭔지도 몰라요. 명문화는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의 신뢰를 높여주는 측면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같이 연금 공부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별거 아니지만요.”


-정부가 처음으로 적정 노후소득을 제시했는데.

: “청년에게 어느 정도의 소득을 원하느냐고 물어봤어요. 1인가구가 월 150만원이에요. 근데 이건 집을 소유하고 의료비가 과도하게 들지 않는 경우를 전제로 한 거예요. 집이 자가여도 대출금을 연금받을 때까지 갚아야 하는 상황이면 얘기가 또 달라지죠. 100만원이 노후소득으로 적정한지 여부는 고정지출이 얼마인지 봐야 해요.”

: “절대적인 월 100만원보단 물가를 고려했을 때의 100만원이 어떤 의미인지 보는 게 중요하겠죠.”

-적정 노후소득 100만원도 장기 가입해야 나오는 금액이다.

: “연금제도 개선만으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요. 노동시장 구조 개선과 함께 이뤄져야 해요. 노동시장을 연금제도에 맞추는 건 불가능하니까 연금제도를 노동시장에 맞춰야겠죠.”

: “현 연금제도는 제조업에 종사하는 남성이 생계를 책임지는 구조에서 만들어진 거예요. 기존의 사회보험 형식이 지금 이뤄지는 노동시장 변화와 맞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연금개혁을 제도 내에서 하는 건 한계가 있어요. 청년 노동시장과 베이비부머 노동시장은 다르잖아요. 지금은 서비스업 중심이고 일자리도 안정적이지 않고요.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가입 기간을 인정해주는 크레디트가 그나마 노동시장의 부정합성을 메울 수 있다고 봐요. 크레디트를 적용하면 저소득층의 급여가 많이 오르거든요.”

: “국민연금은 가입기간이 핵심이어서 크레디트가 중요해요. 노동시장이 너무 많이 달라졌는데 40년 만기 가입이란 건 말도 안돼요. 평균 가입기간인 25년도 못할 것 같은데. 지금의 연금제도 안에서 청년이 가입기간을 최대한 가져갈 수 있는 제도가 크레디트예요. 요즘 학업 기간이 워낙 기니까 학업크레디트도 생각해볼 만해요.”

: “오스트리아가 교육크레디트를 하다가 폐지했어요. 제도가 재분배적이지 않았거든요. 서구에서도 대학 가서 직업 갖는 사람은 소득이 괜찮은 편이에요.”

-18세가 되면 첫 연금보험료를 내주는 ‘생애 최초 청년국민연금’이 제시됐다.

: “노후소득을 높이는 효과가 있긴 하죠. 그러나 청년의 소득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단 사실을 알아야 해요. 가난한 청년은 (보험료) 추후납부를 못할 수 있거든요. 소득양극화에 대한 보완장치만 있으면 좋은 제도죠.”

: “이재명 경기지사의 여우 같은 정책이죠. 지방자치단체에서 할 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해야 하는 건데 이 지사가 전략적으로 가져간 거죠. 50, 60대 부모세대를 조사해보니 자녀가 18세 됐을 때 국민연금 가입해주기도 해요. 국민연금공단에 이런 문의도 많대요. 추후납부를 할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죠.”

: “너무 좋은 제도죠. 정치인으로서 내세울 핫한 방식이긴 해요. 그러나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할 근본 방안은 아니죠. 18세면 갓 고등학교 졸업해 대학생 되는 나이인데 학교 다니는 기간이 늘고 노동시장 진입은 늦어지고 있잖아요. 장점이라면 연금을 경험토록 하는 학습효과겠죠.”

-보험료를 많이 내는 부과방식에 대한 청년의 생각은.

: “부과방식에 대한 오해를 많이들 해요. 당장 자기 월급에서 얼마를 더 내야 하는가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고령화가 급속해지고 기금이 고갈되는 상황에선 어쩔 수 없어요. 출산율이 엄청 오르지 않는 이상 점차 부과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봐요. 다만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어떻게 가져갈지 함께 논의해야죠. 정규직 근로자로 40년 일할 청년이 얼마나 될까요. 국민연금 하나로 다 커버하려는 건 과오예요.”

: “국민연금 자체가 부과식으로 전환되게끔 설계돼 있어요. 그래서 자꾸 부과식 전환 얘기가 나오는거고요. (부과식으로 전환했을 때) 가입자가 이 보험료를 낼 수 있을지 여부는 노동시장에 달려 있어요. 과도한 부담을 청년에게 부담시키는 게 아니라면 다시 논의되지 않을까요.”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