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넘나드는 게임산업… 다양한 방식으로 AI 접목

입력 2019-03-21 22:10
바둑 프로기사 신진서 9단이 NHN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한돌’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 제공

게임이 4차 산업시대에 맞아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정보통신(IT) 트렌드에 민감한 게임 업계가 근래엔 인공지능(AI)을 접목한 흥미로운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150명에 달하는 AI 연구 인력을 동원해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수준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엔씨는 AI 연구개발 조직으로 2개 센터 산하 5개 랩(Lab)을 가동 중이다. 지난해에는 자연어처리(NLP)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게임, 스피치, 비전, 언어, 지식 등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리니지M’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공개한 ‘보이스 커맨드’는 게임에 AI를 접목한 대표적인 사례다. 보이스 커맨드란 음성으로 캐릭터를 조종하고, 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이다. 이용자는 화면을 터치하지 않고 목소리로 전투, 사냥, 던전 입장, 아이템 구매 등을 실행할 수 있다. ‘리니지M’은 방대한 오픈 필드를 표방하는 있기 때문에 캐릭터가 이용자의 의도대로 정확히 움직이려면 유기적인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다른 용무를 보거나 아이를 돌보는 중에도 게임을 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엔씨는 게임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방식으로 AI를 활용하고 있다. AI 기반 야구 정보 서비스 ‘페이지(PAIGE)’는 2017년 7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야구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생성, 요약, 편집해 제공하고 있다.

또한 AI 기반 개발 자동화 도구를 통해 기획, 아트, 프로그래밍 등 게임 프로세스에 필요한 반복적인 수작업을 간소화했다. 여기에 ‘블레이드&소울’ 무한의 탑 콘텐츠에 AI를 접목하고, 프로게이머와 비등한 실력을 가진 AI와 대전을 펼치는 ‘비무 AI’도 개발했다.

엔씨는 지난 1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 2019)에서 AI 연구개발 기술과 적용 사례를 발표했다. ‘강화학습을 이용한 프로게이머 수준의 블레이드&소울 비무 AI 개발’, ‘딥러닝 기반의 역운동학을 이용한 AI 기반 캐릭터 애니메이션 생성 기술’ 등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NHN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한 바둑 AI 프로그램 ‘한돌’은 올해 초 진행된 이벤트 매치에서 국내 바둑 프로기사 ‘탑5’를 모두 무너뜨리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돌’은 2017년 12월 처음 개발됐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대결을 펼친 지 9개월 만이다. 이후 한돌은 2~3차례 업그레이드를 거쳐 지금의 ‘한돌 2.0’에 이르렀다. 현재의 ‘한돌’은 자가 대국(Self-play)을 하고, 생성한 기보로 학습을 반복하며 성능을 개선하고 있다. 이세돌과 붙었던 알파고보다 강하지만 현 버전인 ‘알파 제로’와는 격차가 있다. NHN엔터는 AI가 계단식 발전을 하는 점을 고려해 시간이 지나면 ‘한돌’과 ‘알파고’가 비슷해지는 시기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돌’에 기풍을 가미하는 시도도 있다. ‘이세돌풍’ ‘신진서풍’ 같이 AI에 스타일을 입히는 작업이다. NHN엔터는 이를 통해 온라인 바둑 게임에서 모든 이용자가 ‘한돌’과 대국을 치를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박근한 기술연구센터장은 “단순히 기술적으로 뛰어난 AI를 개발하는 것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접하고 즐길 수 있는 보편적인 AI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고 전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