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DNI 국장 방한… 대북 협상 재개 조율하나

입력 2019-03-20 04:00 수정 2019-03-20 18:18
사진=AP뉴시스

댄 코츠(사진)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19일 2박3일 일정으로 전격 방한했다. 대북 정보를 수집하고 남북 접촉 내용을 공유받기 위해서다. 코츠 국장은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가안전보장국(NSA), 국방정보국(DIA) 등 17개 정보기관을 통할하는 미 정보기관 최고 수장이다.

특히 코츠 국장은 청와대를 방문하고 서훈 국가정보원장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양측 간 날선 신경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남·북·미 3자 정보라인이 총동원돼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코츠 국장은 이날 밤 늦게 경기도 평택 오산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츠 국장은 곧장 서울 모처로 이동해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그의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방한 기간 청와대를 방문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 접촉 결과를 전달받는 한편 그동안 수집한 대북 정보와 미국의 상황 인식을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할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만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코츠 국장이 판문점이나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럴 경우 북측과의 접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서 원장과도 만나 대북 현안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한반도 정세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코츠 국장은 지난해 8월에도 방한을 추진했다.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양측 간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자 한·미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당시는 북한이 종전선언을 비롯한 상응조치를 요구하며 강경한 태도로 돌변했던 시점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무산되는 등 한반도 정세가 격랑에 휩싸였다. 이 때문에 코츠 국장이 방한해 대북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었다. 그러나 당시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강타해 남북 모두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고되면서 방한을 취소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코츠 국장의 방한 일정을 정부가 긴밀히 조율해 왔다”며 “이번 방한을 통해 대북 협상 재개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DNI 국장은 북·미 간 문제가 불거졌을 때 해결사로 나선 전례가 몇 차례 있다. 2014년 제임스 클래퍼 당시 DNI 국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 특사로 북한을 방문해 억류 미국인 케네스 배와 매튜 토드밀러를 귀환시켰다. 당시 북측 협상 파트너가 김영철 현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다. 이번에 DNI 국장이 움직인 것은 북·미 실무협상 채널에 앞서 남·북·미 3자 정보라인을 통해 해법을 찾으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DNI 국장의 방한은 2016년 클래퍼 국장 이후 3년 만이다.

코츠 국장은 지난 1월 29일 미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에 열려 있음을 계속 보여주고 있으나, 현재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